도시 한복판 외딴섬이 된 아내
아내가 오늘 그랬다. 사람 북적이는 도시 한복판, 촘촘히 박힌 건물들 사이에서 문득 외딴섬이 된다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관계 맺고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훌쩍 혼자가 되어버린다고.
“직장이라는 데가 그래. 다들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아.”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얼굴은 뭘까. 아내는 그게 궁금하면서도 두렵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일하지만, 속으로는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나도 그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짜 내가 누군지 잊어버린 채로,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아내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불안하다고 했다. 자신을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잃을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렇게 외롭고 두려운 순간에 어디선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 진짜 나를 기억하고,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몰라.”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낸 파도 사이에서 부유하며 떠다닐 때 아내는 나라는 섬이 세계의 기둥처럼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을 것만 같아 참 위안이 된다고 했다. 나라는 섬을 생각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그렇다. 결혼이란 그런 것이다. 불안과 의문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서로의 존재만으로 위안을 얻는 것. 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것.
그러니까 아내는, 오늘도 저 거친 세상 속에서 외딴섬이 되었다가,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아내라는 섬이 있기에,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표류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섬이 되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치 어느 소설 속 인물들처럼, 외롭지만 단단하게, 불안하지만 꿋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