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숭고함과 초라함의 공존

친구이자 신화 속 존재

by 승훈

아내와 나는 오랜 친구,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질긴 인연으로 이어진 사이 같다고 느낀다. 대단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시시껄렁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웃음이 새어 나온다. 때론 그 웃음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리는 한바탕 신나게 웃는다.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된 것만 같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 다른 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금세 지루해지고,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아내와는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그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한 행복감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마치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완벽한 충만함이 내 안을 가득 채운다.


플라톤의 '향연'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본래 인간은 완전한 존재였지만, 신들의 왕 제우스의 분노를 사 번개로 두 쪽이 나뉘었고, 그 후 평생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어쩌면 저와 아내도 그 신화 속 존재들처럼, 이 세상에 내려오기 전부터 하나였던 존재가 아니었을까. 오랜 시간 서로를 찾아 헤매다 마침내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나, 지금 이렇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별것 아닌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신화 속 운명의 짝으로 만들어 간다.


사랑은 참으로 묘한 힘을 지녔다. 서로의 가장 추하고 부족한 모습까지도 기꺼이 끌어안게 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존재로 만들어주니 말이다. 아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때론 한없이 나약하고 초라한 인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나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나 역시 아내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잃어버린 반쪽으로서, 그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가장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은 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가장 낮은 곳으로 끌어내리면서도, 동시에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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