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일기
학교에서 늦게 돌아오는 밤에, 한 노모가 빌라 앞에서 두리번거리시며 무언가를 찾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먼저 인사를 드렸다. 내가 501호에 이사온 것을 밝히자 자신은 옆집 502호에 아들과 산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여기 3층에 이사왔습니다."
"아 이번에 이사온 사람이 총각이었구나. 어디서 왔어요?"
"네 충청남도 천안에서 왔습니다."
"응 나는 충북 괴산에서 왔는데 너무 반가워요. 같은 충청도라 가깝네 가까워. 서울에서 같은 동네 사람을 보니 너무 좋네"
여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괴산이지만 할머니는 같은 충청도라고 고향 사람으로 여겨주셨다. 타향에서 서울 상경한 젊은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여기 길냥이들이 있어"
할머니가 찾으시는 건 동네 고양이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나비. 할머니는 나비를 위해 빌라 앞 흙단 위에 스티로폼으로 고양이 집을 만들었다. 스티로폼이 젖지 않게 비닐을 덮고 무거운 돌까지 올려놔야 안심하신단다. 담요와 배게 무더기로 안을 따뜻하게 만들고 사료를 구석에 소복하게 담으셨다.
할머니는 망원동에 오래 사셔서 동네 소식을 다 아신다. 1층의 아주머니는 가끔 옥상에 빨래를 말리러 올라온다고 한다. 옆 동의 청년 몇몇은 자신의 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신다. 나에게도 이 빌라는 혼자 살기에는 넓은 곳이라며 색시를 얼른 들이라고 하셨다. 스물 다섯의 나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순간 나비가 우리 대화를 옆에서 엿듣고 있었다. 나비는 작고 귀여웠다. 등은 검지만 배는 뽀얗고 하얘서 밤에도 잘 보일 것 같았다. 사람을 경계하지만 도망다니지는 않는다. 나비는 우리를 잠시동안 바라보다 이내 흥미없이 스쳐지나간다. 담장 위에 올라간 나비를 바라보다 나는 인사를 드렸다.
"들어가볼게요. 다음에 떡 돌리겠습니다."
"아유 그런거 하지 말고 시장에서 과일 자주 사먹어요."
그러시고는 집에 돌아가실때까지 담장 위로 올라간 나비를 걱정하신다.
'아이구. 추울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