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결심한 이유
누군가 "귀촌이 왜 하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내가 하는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명료하다. "나는 도시에서 더 이상 해보고 싶은 일이 없어." 그렇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더 이상 해보고 싶은 일이 없다. 주식, 부동산 이야기들로 가득 찬 삶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형태의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우왕좌왕 그 어떤 갈피도 잡히지 않는다. 참고로 직장 내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저 귀찮아서 하지 않는 중이다.)
그 후 내가 오롯이 내 삶을 살기 위해선 두 가지 환경을 바꾸어야 함을 깨달았다. 첫째는 내가 속해있는 장소, 그리고 나의 주변,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렇다면 이 도시를 떠나서 한 번 살아보자. 그저 호기롭게 외쳐보는 내 자신이 대책 없어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고루하지 않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든다. 도시를 떠난다고 뭐 큰일이야 나겠나, 한 번 가서 살아보는 거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는 도시에서 딱히 해보고 싶은 일이 없다. 하지만 만약 자연을 벗 삼는 시골로 간다면 순수하게 해보고 싶은 일들이 여럿 있다. 텃밭 농사를 지어보고 싶고, 동물들과 교감하는 삶을 배워보고 싶고, 마지막으로 삶을 해치지 않는 나의 일, 생업을 찾고 싶다. 100만 원을 벌더라도 동기부여가 되는 일, 이것저것 생각만 하던 것들을 시도하면서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해볼 생각이다. 외부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나에게 어쩌면 '시골'은 내가 정말 나답게 살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의 환경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운명처럼 이 세상에 태어나 꾸려가는 인생, 적어도 내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의 색깔로 살아내고 싶다.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 내가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귀촌이라는 실험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