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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Oct 31. 2018

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재수 없어지니까

글을 쓰는 나는 재수없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이며,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이어도 나의 주장인 것 처럼 아는 척을 해야하고,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정답은 수학 문제의 끝에만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스타트업에 일한 경험담을 적어보고 싶었다. 스타트업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에 대한 생각을 쓰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나는 하나의 주장을 정립해야 했는데 그것이 불가능했다. 


자율적인 분위기가 편할 수도 있지만 회사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치만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일 처리를 못하면 '자율적인' 스타트업이기에 모든 건 나의 책임이다. 덤탱. 챙기지 못한 나의 탓. 

결국 각자 알아서 회사를 위해 '잘'하라는 것. 최고의 개인 플레이어가 최고의 팀 플레이어라는. 그래도 짜증나지만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은 그 편안함은 포기 할 수 없다. 내가 큰 사고를 쳐서 회사를 나가게 되면 다른 회사를 다니면 그만이니까. 


장단이 너무 명확해서 나는 아무런 생각이나 알맹이가 없었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어딜가나 좋을 수 있고, ㅈ 같을 수도 있고'라는 말 밖에 남지 않았다. 독자는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되묻겠지. 그리고 나의 글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잊혀졌겠지. 결국 낭비다. 


글을 쓰는 나의 습관은 어떤 것을 결론 짓고, 틀을 만드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는 생각이 없고 싶고, 열린 상태로 남고 싶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틀에 갇히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열린 상태로 또 어떻게 발전할지 수수께끼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을 정리하기 전까지 글을 내려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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