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8. 매일묵상
어제는 부활절이었고, 오늘은 부활절 다음 아침이에요.
부활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부활절이라고 특별히 더 기쁘게 보낸 것 같지는 않아요.
성당에서는 부활을 가장 큰 축제라고 하는데, 제 마음이 아직 거기에 동참을 못하고 있어서인지
덤덤한 부활절을 맞이했답니다.
그래도 성당에서 나누어준 떡은 맛있게 먹었어요. 부활절마다 늘 받는 떡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늘 맛없던 떡이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딸이 다니는 학원 앞에 차를 세워놓고 딸을 기다리며...
벚꽃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떡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떡이 맛있어서 기뻤고, 제 일상이 평안해서 감사했습니다.
이것이 올해, 저의 소박한 부활이었네요.
오늘 말씀을 딱 펴니 나온 말씀이 "평안하냐." (마태 28,9)입니다.
여자들이 예수님의 빈 무덤을 확인하고 서둘러 돌아가는 길에 만난 예수님께서
여자들에게 건넨 말씀입니다. "평안하냐...., 두려워하지 마라."
이 말씀을 듣는데, 문득 예전에 보았던 저의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생각이 났습니다.
'나의 아저씨' 마지막화 마지막부분에 박동훈(이선균)이 지안(아이유)의 현재의 모습을 보고 안도와 기쁨, 아련 등등의 표정을 담고 담담히 흘러나오는 독백이 있죠.. '지안,, 평안함에 이르렀나..' 라고요.
그 대사가 왜 생각났는지 모르겠지만, 여인들에게 평안하냐.. 고 묻는 예수님의 말씀에는
너의 평화, 너의 고통, 너의 일상, 너의 기쁨, 너의 실망, 그 모든 것에 함께 하셨음이 느껴졌어요.
그 모든 순간에 내가 느낀 것들을 함께 느끼셨던 그 분의 덤덤한 위로라고 할까요..
'평안하냐...'
저는 부활절 전에 개인적으로 좀 실망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간절히 기도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었죠.
간절히 기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진이 빠지는 일인지 몸소 겪었던 시간들이었어요.
많이 실망하고 좌절도 했지만, 기도하는 일상을 덤덤히 지켜나갔습니다.
하느님이 나의 간절한 바램을 모두 다 들어주신다면 그것은 알라딘 램프 속의 지니 요정이니 예수님은 아닐겁니다. 저는 지니에게 소원을 빈 것이 아니니 주시는 결과를 받아들일수밖에요.
다만, 그 모든 과정에 저와 함께 하셨음이 그냥 덤덤히 느껴졌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목전에서 겪었을 그 여인들의 상실감, 슬픔
상상이상의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그녀들이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고 느꼈을 놀람과 두려움은 또 어떻고요..
그녀들의 그 간절한 고통을 너무나 잘 아셨기에 예수님은 그들앞에 가장 먼저 나타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서 그들을 위로해주시는 말씀. "평안하냐..."
그 말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는 기분이 드네요.
너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겪으셨다는, 예수님의 마음이. 그리고 나의 평화를 바라신다는 예수님의 바램이.
그런 위로가... 느껴지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고요히,,,, 예수님의 말씀을 느끼고 나니..
비로소 저도 부활의 기쁨에 잔잔히 물드는 것 같습니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