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란 타인에게 보여주기 참 어렵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날 것의 언어로 분별없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럼 좀 더 정갈하고 단어를 고민해 생각을 정리한다면 일기의 범주에 들어가는 걸까’하고 고민도 해봤습니다. 결론으로 ‘아무렴 어때’였습니다. 그리고 글을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브런치]를 선택했습니다.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된다면 작문을 하는 데에 있어 책임감이 발현되고 정기적으로 게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피어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약 15주 동안 서른 가지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할 때부터, 절정을 이루고 있는 시기까지 오직 나를 향한 감정에 고집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글을 사유해 주신 건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분들께서 읽어주셨기에 조금 더 진정성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비전공에 있어서는 숙고가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날은 교육 매체가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작으로 비전공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다른 분야에 있어서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비전공 디자이너로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표본 수가 적은, 오직 저만이 겪은 단편적인 이야기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비전공자로서 디자인에 진입하려는 분들께는 상당한 숙고를 권해드립니다. 비전공 디자이너로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는 무한한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탈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성행할 정도로 디자인은 고된 분야입니다.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노력과 보수가 일치하는 일이 많지 않은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디자인을 고수하는 제가 역설적이지만, 많은 고민을 권장합니다.
거짓된 긍정은 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힘들어 죽겠다’, ‘이건 안 되겠지’, ‘못할 거야’ 등 부정적인 언어들이 입에 붙었습니다. 이에 반해 희망이나 소망 등 긍정이 담긴 말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무심코 밖으로 던져진 거짓과 말들은 감정에 씨앗이 되어 자라게 됩니다. 일상은 우울의 색으로 번졌고 현실과 반대인 꿈에 중독되어 내일을 거부했습니다. 감정을 글로 풀었고 거짓으로 긍정을 조금이나마 적었습니다. 말과 글의 힘은 위대합니다. 거짓된 긍정이라도 표출되면 진실이 됩니다. 기약 없는 미래라도 조금은 밝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자신을 나만이 믿을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간다면 조금씩 긍정을 비추시길 바랍니다. 찢어진 메모지라도, 작은 혼잣말이라도, 일기장에 짧은 문장이라도 거짓 긍정을 진실로 만드세요.
이후 브런치 운영은 잠시 중단합니다. 다음으로 연재할 글감으로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작게나마 윤곽을 이룬 점이라면 지금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루진 않을 예정입니다. ‘가벼운 느낌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정한 바는 있습니다. 짧은 그림일기를 게재할지, 디자인 상식이나 팁을 게재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3D 그래픽은 꾸준히 공부하고 훈련 중이라 조금 길게 걸릴지도 모릅니다. 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일상과 감정,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의 어리숙한 글들을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머지않은 날에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