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 침묵형 인간과의 대화법 탐구
“그냥 조용한 사람이야.”
“사람 자체에 관심이 없대.”
“성격이 원래 그래.”
나는 노력했었다. 작은 대화를 시작하려고 했고, 가벼운 이야기로 웃음을 끌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무반응 혹은 피함.
그럴 때 나는 자꾸 내 탓을 했다.
“내가 너무 들이댔나?”
“말이 많았나?”
“혹시 나를 싫어하나?”
마치 투명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내가 말할 때 고개는 끄덕였지만, 눈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끝마다 대답은 “음~” 또는 “아~” 또는 침묵.
그 다음 말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됐다.
그 사람의 반응이 내게 대한 태도이기보다는,
그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의 한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면
상대가 지금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와의 관계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누구와도 거리를 두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싫어하는 걸까?”에서 “그럴 수도 있어.”로 전환하기
그 사람이 피할 때마다 나도 잠시 멈추기
괜찮은 척이 아닌, 진짜 무던해지기 위한 훈련
‘이 정도 거리감도 괜찮다’는 마음의 기준 낮추기
상대의 침묵이 내게 침묵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더 내 마음을 소리 내어 들여다보기로 했다.
상대가 반응하지 않아도, 나는 나의 시도를 소중하게 기억하기로 했다.
그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다를 뿐.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06화 END
07화 “말 걸고 후회하는 날도 있다”
— ‘그냥 조용히 있을걸’ 싶은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