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 진심이 닿지 않을 때,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말을 건넸는데
표정은 굳어 있고, 반응은 건조하다.
내가 신경 써서 말한 것조차
툭툭 잘라낸 말로 돌아온다.
괜히 말을 걸었나 싶다.
이 관계는 애초에 진심이 닿을 수 없는 사이였을까?
거리를 두는 말투,
필요 이상으로 딱딱한 태도,
감정 없이 받아치는 말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나는 자꾸 “내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 관계 안에서 자꾸 나만 초라해진다.
상대의 차가움이
내 말이나 행동 때문에 거절당했다고 단정 짓기 쉽지만,
그 벽은 사실 상대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일 수 있다.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
"누가 다가오면 부담스러워."
"괜히 기대하게 될까봐 선을 그어."
진심을 건네는 건 용기지만,
계속 벽에 부딪히는 진심은
나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심만 건네는 것
벽을 뚫으려 하지 않고 ‘존중하며 머무는 것’
그 거리에서 내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것
이건 관계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나는 왜 계속 이 벽을 넘으려 할까?”
“이 벽은 정말 나를 향한 것일까?”
“이 거리에서 나는 어떻게 있어야 덜 아플까?”
상대방이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
자신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이
관계의 무게 중심을 되찾는 열쇠가 된다.
벽을 마주한 관계에서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이 균형이다.
내 마음이 닿지 않아도,
그저 존중의 거리에서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어른스러운 관계다.
모든 벽은 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머무를 거리를 알려주는 표시일지도 모른다.
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09화 END
10화 “왜 나는 항상 먼저 다가가려고 할까?”
— 관계에서의 '내 태도'를 성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