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6화. 덜 익은 마음과 태운 마음 사이에서

요리와 감정의 균형

by 기록하는 엘리

Part 1. 도마 위 첫 이야기: 처음의 주방

[1부] 6화. 덜 익은 마음과 태운 마음 사이에서 - 요리와 감정의 균형




너무 망설이면 태우고, 너무 조급하면 덜 익는다

요리는 시간(타이밍)과 온도(불 조절)가 매우 중요하다.


불 앞에 서면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작은 프라이팬 하나가 내 마음의 온도를 드러내는 무대가 되었다.


'조급해서 태워버리거나'
'주저해서 덜 익히거나'.


무언가를 제대로 익히고 싶어서 끓는 불 앞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태워버리고,

반대로 시간에 쫓기거나 충분한 기다림의 여유없이 조급하면 덜 익어버린다.


예열없이 서둘러 시작했다가 타버리는 조급함일까,

한편으론 확신 없이 망설이다 겉만 익고 속은 아직 물컹한 채 남아버리는 미숙함일까.


그런데 이 둘 사이에는 아주 넓은 공간이 있었다.

불 조절을 해보고, 한 번 뒤집어 보고,
향을 맡아보고, 색을 확인해보는
수많은 ‘중간의 시간’들.


요리는 그 중간을 탐색하는 연습이었다.
불이 너무 세다고 겁내지 않고,
너무 약하다고 답답해하지 않는 것.
한 번의 실패를 절망으로 만들지 않는 것.


살짝 태워도 괜찮고, 덜 익어도 괜찮았다.
그건 내가 아직 배우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불 조절의 미묘한 감각처럼
마음의 균형도
쉽게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그 서툼과 부족함,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과 실패의 흔적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게도
익어가는 시간의 온기가 깃든다.


삶도, 요리도 ‘적당함’을 찾는 과정이다

프라이팬 앞에서 나는 비로소 알게 됐다.
삶도 결국, ‘적당한 익음’을 찾아가는 긴 과정이라는 것을.
서툰 불조절 속에서 내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적당한 불, 적당한 기다림
그리고 ‘적당히’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살짝 탄 가장자리를 바라보다가,
속까지 익지 않은 재료를 맛보다가,
나는 익숙하지 않은 내 마음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요리는 완벽하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태워도 괜찮고,
덜 익어도 괜찮았다.
그 속엔 내가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흔적과,
살아 있는 오늘의 온기가 담겨 있었으니까.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조급함과 망설임의 사이
‘중간의 시간’이 있다는 걸,
그 시간마다 눈빛을 바꿔가며
나 자신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삶도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익어가는 과정에서
실패는 한 번도 낭비된 적이 없었다.
서툴게 태운 곳마다,
덜 익은 구석마다
성장이라는 맛이 은은하게 베어들었다.


타버린 흔적이 남아 있더라도,
덜 익은 나의 마음이 어설퍼도
그 모두가 나를 단단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살짝 타버린 가장자리에서
나는 나 자신을 탓하는 대신
‘아직 배워가는 중이야’
속삭여본다.


덜 익은 감정도,
조급한 행동도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며
프라이팬 앞에서 서서히 온도를 맞춘다.


서툰 실패도 결국 나를 익혀주는 경험이 된다

삶도 결국,

너무 세지 않은 불과

적당히 뒤집는 시간,

적당히 두는 용기,

그리고 반복되는 실수의 흔적들로

조금씩 나를 익혀가는 연습이 아닐까.


바깥에선 고요한 오후

주방엔 맛있는 냄새가 퍼지고

불꽃 위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재료를 보며,


나는 누군가의 인생도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과

진짜 맛은 실패와 기다림의 시간을 품었을 때

조금씩 피어나게 된다는 걸 배운다.


어느새

삶의 온도는 프라이팬 위에서만 익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실패와 기다림 사이 익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주방에서 나는 배우고 있다.
조급함과 망설임 사이의 그 미세한 온도를.
그리고 그 온도 속에서 익어가는 나 자신을.


Part 1. 도마 위 첫 이야기: 처음의 주방

[1부] 6화 fin.

《요리 초보 엘리의 고군분투 도전기》

[다음화 예고]
Part 2. 일상의 식탁: 마음을 담는 법을 배우다
[2부] 1화. 고구마밥, 단단함 속에서 주연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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