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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Mar 17. 2024

어서 와, 올 인클루시브는 처음이지?

멕시코 칸쿤 여행기 #1


   우리나라에서 발리로 휴양 여행을 많이 가듯이 미국 사람들이 겨울에서 봄 즈음에 휴양하러 가는 곳이 바로 멕시코 칸쿤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중부/동부/북부의 겨울은 온통 흐리고, 추운 채로 길다. 이 겨울을 나다 보면 회색빛 나날에 질린다. 하여, 봄방학이 되면 중북부와 동부 미국인 상당수가 일제히 플로리다 같은 미국 남부나 멕시코 칸쿤, 버하마, 푸에르토 리코 등지로 떠난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대세를 따라 개중 가장 가깝고 가격이 합리적인 칸쿤으로 향했다.



    칸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호텔이다. 바닷가에 줄지어 늘어선 호텔 존을 제외하고는 사실 다운타운이나 주변 인프라 및 상권이랄 게 전혀 없기도 하고, 치안도 좋지 않다. 하여, 호텔이나 리조트들이 7-8개 레스토랑을 입점시키고, 전용 수영장과 프라이빗 비치를 소유해서 호텔 안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을 한 큐에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숙박비에 삼시 세끼 식비와 커피, 술, 수영장 및 해변 이용, 워터 액티비티 비용을 모두 포함시켜서 지불하게 하고, 체크인할 때 채워주는 팔찌로 모든 부대시설을 무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올 인클루시브가 특히나 유용했던 것은, 두 박사생 부부의 사정 상 누구 하나 진득이 앉아서 여행 계획을 짤 여력이 없었던 데에 있다. 올 인클루시브 숙소만 잘 고르면 따로 맛집을 서치하거나, 여행 계획을 짤 필요가 없었다. 하여, 숙소 찾는 데에만 조금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준비 과정은 생략할 수 있었다. 가정의 평화를 유지한 채,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신난 부부. 셀카 좀 예쁘게 찍어달라는 요청에 잔뜩 흔들린 결과물
이륙도 전에 기역 자로 꺾인 채 기절한 남편. 그와 무색하게 아름다운 하늘


  시카고에서 칸쿤까지는 비행기로 약 3시간 30분 정도로, 인디폴에서 베가스 갔던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길지 않은 비행 와중에도 정신없이 졸았다. 한창 졸다 깨다를 반복하니 금세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칸쿤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는 동시에 실내 수영장(?) 냄새가 즐비했다. 습한 공기와 더불어 퀴퀴한 수영장 소독약 냄새가 나는 희한한 광경이었다. 호텔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예정된 장소로 나왔는데, 웬걸 시장 바닥이 따로 없었다. 호텔 직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업체들과 관광객이 한 데 섞여있었다.



     비행 후 배가 고파 당이 떨어진 상태에서 와글와글 정신없는 공간에 있자니 다소 뿔이 났었다. 어렵사리 호텔 직원들을 찾아 벤을 타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는데 새콤달콤은 오렌지 생과일주스를 주었다. 배고팠던 터라 단숨에 들이키고 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데스크 직원이 허니문이냐 물었는데 정직하게 아니라고 대답했음에도, 운 좋게 룸이 한참 업그레이드되었다. 원래는 저층에 있는 가장 저렴한 방에 예약을 했으나, 15층 스위트 킹에 업그레이드 배정을 받았다.  



  방에 들어선 순간, 창밖 뷰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해가 질 무렵이라 분홍빛이 깔린 와중에 여러 빛깔을 띤 바다가 한눈에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또, 5 개나 되는 크디큰 호텔 수영장과 수영장 바도 한눈에 들어와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촉촉하면서도 적당히 따스한 여름 바람에 기분이 좋았다. 한 겨울을 겪다가 갑자기 여름이 되니 어색하기도 했다.


 

   보라색이 콘셉트인 호텔의 기조를 따라, 흰색 배경에 보라색 포인트가 들어간 룸이다. 한편 벽에 위스킨지 보드칸지, 알쓰는 구분도 못하는 독주가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저 수도꼭지를 열면 술이 물처럼 쏟아진다. 이것만 봐도 칸쿤에서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칸쿤에서 취하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는 후문이다. 어마어마하게들 취해 다니고, 밤낮 실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사람들이 술을 마시니까 말이다. 가끔은 술 잘 마시는 몸으로 태어났으면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여행이 특히 그랬다.



    저녁 첫 끼로는 뷔페를 이용했다. 호텔 뷔페가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흥분했다. 각종 스테이크류를 먼저 섭렵해오고, 체하지 않게 나름 파인애플과 샐러드로 완급 조절을 해 주었다. 또, 멕시칸 라거 맥주로 기분을 내보았다. 첫 끼 뷔페에서 거하고 든든하게 먹었다. 음식이 크게 맛있지는 않을 거라 기대를 별로 안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입에 잘 맞고 맛있었다.



   첫날은 이동시간이 매우 길었기에, 바로 숙소에서 휴식했다. 야경도 매우 예뻤다. 다음 날, 칸쿤에서의 본격적인 여행을 기대하며 부푼 마음을 안고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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