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Mar 17. 2024

휴양의 의미, 성실히 수행 중

멕시코 칸쿤 여행기 #2


  휴양의 뜻을 온몸으로 수행한 하루였다.


느지막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내다본 창밖의 뷰는 황홀했다. 전 날 해 질 녘에 도착해서 해가 뜬 풍경은 못 봤었는데, 일어나서 커튼을 걷자 '와-하' 소리가 절로 나왔다. 펠리컨들이 떼를 지어 눈 높이에서 날아다니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여러 색을 띠며 겹겹이 줄 서 있었다.


   한동안 멍하니 발코니에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았다. 한 번쯤은 오롯한 휴식을 위한 휴양지에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 그곳에 와있음을 자각하자 행복감이 들었다. 꽤 오랫동안 바다와 나 둘만이 마주 보는 시간을 이어갔다. 하루 종일도 이 발코니에 앉아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발코니에서 원 없이 바다를 바라본 다음,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보통 호텔 조식은 6시부터 9시 반, 늦어야 10시면 끝이 나는데 여기는 11시 반까지로 시간이 꽤나 넉넉했다. 전날 저녁 뷔페를 맹렬히 정복하느라 사진도 못 찍었던 기억이 나서, 아침에는 느긋한 마음으로 사진을 많이 남겨올 수 있었다. 바깥이 보이는 통유리 뷰가 예쁜 뷔페였다.


  조식 뷔페에 음식 종류가 꽤나 많아서 여러 날에 걸쳐 일부씩 먹어보기 좋았다. 가장 먼저, 아침에 먹기 좋아하는 요거트에 손이 갔다. 뮤즐리 베이스, 그래놀라 베이스 요거트가 특히 맛있었다. 연어와 각종 계란 요리, 샐러드, 와플도 제법이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가운데 멜론, 수박, 구아바,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은 훌륭했다. 그 과일로 만든 생과일주스며, 스무디도 신선하고 별미였다. 겨울이라 미중 북부에서 한동안 못 먹었던 여름 과일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수박을 좋아해서 수박 주스도 가져와서 먹고, 생과일도 많이 먹었다. 수박 주스는 강력 추천이다.



    조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기분도 한껏 들떴다. 신난 채로 방에 올라와 칸쿤에서의 첫 수영을 준비했다. 수영복도 입고, 선크림도 꼼꼼히 바르는 와중에 또 발코니에서 바다를 보고 사진을 남겼다.



   올 인클루시브라 커피와 술, 음료, 간식 모두 무제한이다. 수영장에 첫 출격하면서 아이스커피도 받아 마셨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계산을 안 하니 신기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먹던 쨍한 라테를 맛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 올 인클루시브의 맛에 취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들고 본격적으로 호텔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자유로이 존재하는 모습에서 칸쿤에 온 것이 물씬 실감이 났다.  


   사람들이 제각기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선탠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전자책을 보는 사람, 종이책을 보는 사람, 아이를 보는 사람 등 다채로웠다. 이 풍경에 속하고 싶어서 그늘진 시원한 곳에 선베드 자리를 잡고, 무알코올 칵테일 한 잔을 즐겼다. 이 호텔은 희한하게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이라 더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에서 심박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지어 수영장 옆인데도 술을 이렇게 무제한으로 준다. 수영장 옆에서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나 빼고 모든 이들이 다 마시고 있었다.  앞서 포스팅에서도 말했 듯 이곳에서 취하지 않은 이는 내가 유일한 듯싶다. 알쓰는 여기 오면 조금 손해다. 아쉬운 대로 무알코올 칵테일을 열심히 마셔댔다. 술맛은 모르겠고, 얼음이 살살 갈린 피나콜라다는 진짜 끝내줬다.


   수영장에서 몇 발자국 더 나가면 호텔 전용 프라이빗 해변이 바로 이어져있다. 밀가루 같은 백사장 끝에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시작되는데,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항상 상상으로만 해보던 그런 외국 해변에 진짜 와있다니 놀랍고 생경했다. 눈앞에 있는데도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국적인 바다 풍경에 괜히 마음이 일렁였다. 젊은 날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없지만 이런 풍경을 눈으로 보고 이 안에 존재할 수 있어서 감사한 순간이었다. 혼자 감동과 감성에 취해(?) 수영을 알차게 하고 들어왔다. 점심도 뷔페에서 먹었는데 사진을 못 남겼다. 아침-점심-저녁 메뉴가 꽤 상이해서 한 번씩 다 먹어봄직하다.


   숙소에 들어와 깨끗이 씻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는 레스토랑이 8개가 있었는데, 그중에 일식 레스토랑을 첫날 저녁에 시도해 보았다. 스파클링 와인도 마시고, 전채요리로 스프링롤과 연어 요리를 먹었다. 메인으로는 튀김과 참치 타다끼를 먹었다.

    멕시코에서 맛본 일식은 조금 아쉬웠다. 메인이었던 참치 타다끼는 맛있었으나 나머지는 영 기술이 없는 일식 요리같이 느껴져 아쉬웠다. 그래도 올인클루시브인지라, 메뉴를 고를 때 가격을 안 보고 고르고, 다 먹고도 계산하지 않고 나올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유학생 부부인지라, 미국에서는 레스토랑에 가서도 늘 가격을 보며 할인되는 메뉴 위주로 먹었기에, 이런 호사가 반갑고 신기했다.



  첫날은 가볍게 호텔을 둘러보며 수영과 휴식에 중점을 두고 보냈다. 늘 동경하던 '외국 휴양지'에 와있을 수 있음에 감동하며 보냈던 첫날이었다. 매일 다른 도전을 다짐하며, 부른 배를 다독이며 잠에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서 와, 올 인클루시브는 처음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