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루이빌 숙소와 주변 산책 스팟 포스팅에 이은 맛집 포스팅이다.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켄터키 루이빌 하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에드워드리 레스토랑'을 많이들 떠올린다. 실제로 루이빌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을 때에 미국 동료들은 '거기 왜 가? 뭐 하러 가?'라는 순도 높은 호기심을 보여주었고, 한국인들은 '에드워드 리 레스토랑 가?'라는 질문이 꼭 나와서 웃겼다.
에드워드 리의 610 매그놀리아와 더불어 꽤나 좋은 경험을 했던 레스토랑인 M. Pepper까지 두 군데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두 곳 모두 사전 예약이 필수인 곳들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음식점 이름 자체가 주소랑 동일하다. 이름 그대로 매그놀리아가에 있는 610번지 집이며, 상권이 아닌 일반 가정집들이 주욱 놓인 길에 이렇게 슬그머니 존재해 있어서 다소 당황하였다. 주차는 길 건너편에 있는 공영 주차장 자리 중 610이라고 적혀있는 곳에 세우면 된다. 눈에 띄는 요소가 없어 당황하였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가게 앞에서 사진은 찍고 왔다.
외부에서도 이미 짐작할 수 있듯, 가게 자체가 아담한 편이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전반적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톤에 테이블 간격은 꽤나 널찍한 편이고, 테이블이 몇 개 없다. 그래서 예약이 이렇게 어려웠나 보다 싶었다.
예약된 자리로 안내받으면 이렇게 메뉴가 세팅이 되어있다. 이 메뉴를 다 먹는 것은 아니고, 섹션 별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가 있는 섹션은 그중에 하나를 골라서 먹게 되어있다. 총 5가지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남편과 둘이 간 덕분에 옵션이 있는 섹션의 경우 서로 다른 메뉴를 골라서 두 가지 다 먹어볼 수 있었다.
테이블과 주류 메뉴판이 예뻐서 남겨본 한 컷, 그리고 버번의 본고장인지라 남편이 시켜본 올드 패션드 한 컷이다. 하나하나 정성과 디테일이 담겨 예쁘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따뜻한 핑거 샌드위치다. 이 식전 메뉴는 메뉴판 소개에도 없었는데, 간이 꽤 세고 짭짜름한 영락없는 미국 샌드위치였다. 맛은 꽤나 익숙한 맛이다. 짭짜름해서 맥주 한 모금이 댕기는 간이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설렁탕과 가자미회 도토리묵 무침이다. 둘 중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남편과 하나씩 시켜서 둘 다 맛보았다. 둘 다 재미있는 맛이었다. 설렁탕은 소고기와 무가 들어있는데, 희한하게도 딱 설렁탕에 깍두기 부어먹는 그 맛이 났다. 무가 아삭아삭하고 새콤하니 딱 그 느낌이었다. 밥도 들어있어서 숟가락으로 후루룩 먹게 된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온도와 양이었다. 우리가 아는 국밥의 뜨끈함에 한참 못 미치는 미온적인 온도였고, 양도 확실히 적어서 다섯 숟가락 컷이라 먹다만 느낌에 많이 아쉬웠다.
가자미회 도토리묵 무침은 새콤달콤하니, 감칠맛 나고 맛있었다. 아주 간과 조미가 잘 된 겉절이를 가자미회와 도토리묵과 함께 먹는 맛이었다. 묵과 회, 겉절이를 같이 한 번에 먹으면 간이 딱 맞는데, 채소 부분만 먹으면 많이 짜다. 역시 양은 아주 작고 소중하다.
다음 코스는 캐슈넛이 들어간 파스타다. 크리미하고 살짝 싱겁고 밋밋해서 조금 당황했으나, 중간중간 석류알이 터져서 의외의 킥이었다. 음식들이 간이 조금 많이 들쭉날쭉하다는 인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파스타는 너무 무난하고 특색이 없어서 코스 메뉴 중 가장 아쉬웠다. 그냥저냥 슴슴한 크림 파스타였다. 함께 나오는 빵과 소금과 달달한 드레싱이 얹힌 버터가 더 맛있었다.
그다음은 해산물 코너였다. 역시 남편과 다른 옵션으로 주문했던 섹션이다. 통통한 아귀살이 초록색 칠리빈 소스와 함께 나온 디시와, 게가 들어간 똠얌꿍 비스름한 맛이 나는 스튜 요리였다. 해산물 섹션은 둘 다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라 기대 이상이었다. 다채로운 재료들이 들어가서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맛을 낸다. 이것이 파인 다이닝의 묘미일까.
드디어 메인 디시다. 왼쪽은 구운 토끼고기이고, 오른쪽은 이베리코 돼지고기 요리였다. 역시 둘 중 선택인데, 남편과 택일 씩 하여 다채롭게 맛보았다. 토끼 고기는 생각보다 건조하고 뻑뻑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고,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띠용! 하는 모먼트가 있게 맛있었다. 함께 먹는 가니시와 소스들이 한 데 어우러져서 여태껏 못 먹어본 달짝지근하고 크리미한 돼지고기 요리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메인 디시는 돼지고기 요리를 강력 추천한다.
마지막 디저트 섹션은 메뉴 3개 중 택일하게 되어있는데, 남편은 버번이 들어간 시그니처 디저트를 (왼쪽), 나는 애플 소스가 들어간 케이크를 주문했다. 케이크는 다소 평이했고, 왼쪽 디저트가 특이하고 맛있었다. 한국에서 쓰는 '향' 연기를 뚜껑에 가둔 채로 나와서 개봉해서 먹는 것인데, 희한하게 그 향의 향이 잘 어울리고 퐁신한 시트와 촉촉하고 넉넉한 크림이 리치하고 맛있었다. 코스마다 조금씩 나오던 음식량에 비해 디저트 양이 제일 풍족한 것 같다. 모쪼록 디저트까지 맛있게 먹은 코스였다.
흑백 요리사를 보고 너무 좋아해서 에드워드 리 셰프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없었다. 그가 오는지에 대한 여부는 사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새로운 경험이 많아 재밌는 미식으로의 여행이었다. 못 먹어본 맛들의 향연은 무릇 즐거운 경험이다. 다만, 가격에 비해 5가지 스몰 디시로 구성되어 양적으로는 많이 비는 느낌인 것과 코스마다 간이 많이 들쭉 날 죽 한 부분은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그래도 켄터키 루이빌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맛이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레지에 등록된 프렌치 레스토랑인데, 시험 삼아 한 번 가봤다가 맛있고 기분 좋게 먹고 나와서 한 번 기록해 봐야겠다고 다짐한 곳이다. 주소를 찍고 스트릿 파킹을 하고 찾아가니 웬걸 루이빌 폴리스 디파트먼트 건물이라고 적힌 곳에 자그마하니 간판이 걸려있다. 하마터면 못 찾을 뻔했다.
웨이터가 굉장히 친절하고, 메뉴 소개를 잘 해주었다. 메뉴가 다양한데, 그의 설명을 들으면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그가 추천해 준 메뉴들이 정말 맛있어서 일을 잘 하는구나 했다.
전채요리로 시킨 달팽이 요리였다. 사실 웨이터는 전채요리로 어니언 수프를 추천했는데, 프렌치는 어쩐지 달팽이 요리를 먹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시켜보았다. 결론은, 어니언 수프 시킬 걸이었다. 나쁘진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달팽이의 매력을 잘 모르는지라, 그냥 그랬다.
다행히 메인 요리와 사이드는 성공적이었다. 송어구이를 레몬 버터 소스에 곁들여먹는 메뉴와, 비프 부르기뇽을 각 메인 디시로 시켰고, 사이드로는 돼지감자튀김을 시켰다. 비프 부르기뇽은 부드러운 갈비찜 그 자체였다. 헤베베하고 살살 녹는 식감이라 나이프가 따로 필요 없이 부드러웠다. 개인적으로 부업 주부로서 집에서 생선요리하기가 쉽지 않아서 외식할 때 메뉴에 있으면 고기보다 생선을 택하는 편인데, 좋은 선택이었다. 송어구이가너무 담백하고 버터소스와 잘 어울려서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근래 먹은 생선요리 중에 단연 답이었다.
그리고 돼지감자튀김 사이드는 사실 계획에 없었는데, 일 잘하는 웨이터가 하도 자신 있게 추천해서 시켜본 메뉴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게 네 가지 메뉴 중 제일 맛있었다. 돼지감자라는 재료 자체가 생소하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처음 먹어보는 재료였을 것인데, 식감과 향, 드레싱까지 온전히 새롭게 맛있는 맛이었다. 안 시켰으면 너무 아쉬웠겠다 싶었다.
M. Pepper는 가격대도 크게 높지 않아서 루이빌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맛기행을 희망한다면 가보길 추천한다. 레스토랑 주변 거리도 아름답고 힙함이 느껴지는 곳이라 산책하기에도 꽤나 매력적이겠다.
다채로운 서양 미식의 세계 탐험을 마치고 집에 와서 첫 끼로 먹는 것은 단연 라면이다. 즐거운 새로운 맛들의 향연이었는데, 여행에서 연달아 양식들을 먹으니 또 칼칼한 라면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궁극의 맛 그 끝에는 언제나 남편 표 라면이 있다(?).
쫄깃한 면발이 그대로 느껴지는 라면 사진으로 루이빌 맛집 기행 포스팅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