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동네 켄터키 루이빌 호캉스 나들이

by 화햇


봄 방학 직전 금요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정신없이 1차 퀄시험 페이퍼를 썼다. 날씨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던 나날들이 있어서 창문을 활짝짝 열어젖히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작업을 하니 기분이 그래도 나았다. 다행히 데드라인에 여유 있게 제출을 하고 한시름 마음의 짐을 놓을 수 있었다. 비록 2차 구술시험이 있지만 봄방학 동안은 좀 쉬고 재충전을 하고자 한다.


슬프게도 봄방학에 남편과 둘 다 과업이 다소 많아 멀리 긴 시간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고, 가까운 근교로 짧은 호캉스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여러 장소들을 고민한 결과,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켄터키 루이빌로 결정했다.



출바알!

국도를 따라 쭈욱 켄터키를 향해 달렸다. 아주 전형적인 중서부 시골 옥수수밭의 국도의 풍경이다. 광활하디 광활한 이 밭과 뜨문뜨문 놓여있는 가정집들, 엄청난 크기의 농기계들과 스프링클러, 저장소 건물들.



인디애나다.

두 시간을 좀 안되게 달려 근사한 다리를 하나 건너니 루이빌 시내가 나왔다. 나름 도시라 빌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블루밍턴에서 불과 서울 대전 거리 정도 내려왔는데 벌써 이곳은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다. 자칫 평범할 수도 있는 중서부의 주도를 벚꽃이 한층 더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늦잠을 푸욱 자고 출발한 지라 호텔 체크인 시간은 무난하게 지난 채로 도착해서 바로 체크인을 했다. 아무래도 호캉스 여행인지라 호텔이 가장 큰 변수였는데,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들었다.








Omni Louisville Hotel �

호텔은 인테리어도 예쁘고 상당히 깔끔했다. 체이스 크레딧 쌓은 걸로 제법 알뜰하게 예약했다. 호텔 주차장도 바로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고, 공영 주차장보다 훨씬 깔끔하고 안전한 느낌이었다. 호텔 1층에 Falls City Market이라고, 여러 음식점들과 커피숍, 베이커리, 그로서리, 기념품 숍, 버번 숍 등이 한 데 모여있는 마켓이 있어 매우 편리했다.


많이 돌아다니고 나가 놀기보다는 호텔에서 충분히 게으른 휴식을 취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호텔 내 입점해있는 가게들이 많은 것은 꽤나 큰 메리트였다. 특이하게 호텔 조식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 대신 이곳을 이용하게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Con Huevos라는 조식을 파는 가게와 JJ Bakes & Co라는 베이커리를 추천한다. Con Huevos는 멕시칸과 아메리칸 퓨전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데, 모닝 타코가 맛있었다. JJ 베이커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로아상을 파는데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크로아상이 제일 맛있었다. 여러 개 쟁여두고 숙소에서 야금야금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빵을 몇 개 더 사서 오고 싶었으나, 월요일 휴무라서 못내 아쉬웠다.



간만에 도시로 나와서 시골 타운에는 없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니 기분 전환이 되고 좋았다.

켄터키가 버번의 도시인 만큼, 마켓 내에도 버번을 모아서 파는 샵도 있고 무료로 시음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어느 마트에서나 살 수 있는 것들 말고, 켄터키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버번을 한 병 기념으로 구입해 왔다. 한동안은 관상용으로 두다가 나중에 축포를 터뜨릴 일이 있을 때 좋은 사람들과 함께 까보기로 다짐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 호텔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노천 수영장이었다. 따뜻한 수영장이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고 한다. 풀장도 꽤 길거니와, 그 오른편에는 Hot Tub이라고 해서 뜨뜻한 노천탕도 있다. 아직 중서부 3월은 사실 야외 수영하기에는 많이 추운 시즌인데, 이날 희한하게 기온이 24도까지 올라서 남편과 노천 수영에 도전해 보았다.


그런데 Heated Pool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프런트 직원의 증언과는 달리, 물이 너무 추워서 막상 수영은 거의 못하고, 노천탕에서 지지면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 말고도 이용하러 온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다들 똑같이 수영장에 한 번 들어갔다가 바로 노천탕으로 피신하는 모양새였다. 수영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차가운 수온이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탁 트인 뷰와 하늘을 바라보며 노천에서 온천탕에 몸 지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한국에서야 흔하지만 미국 중서부에서 이런 노천탕은 찾아보기 자체가 어려우니 말이다.



노천탕으로 노곤노곤해진 몸을 끌고 숙소로 들어와 씻고 책을 보다가 낮잠을 한 잠 푹 잤다. 방학 전 심리 상담 센터의 Mini Library에서 책을 한 권 빌려왔는데, 가져오길 잘했다. 나의 사랑 밀리의 서재가 있지만, e북보다는 종이책이 개인적으로 훨씬 잘 읽혀서이다. 물론 영어책이라 한국책만큼 편히 읽지 못하지만 그래도 종이책은 어찌 됐든 잡으면 쭉쭉 읽게 된다. 이상하게 E북만 켜면 없던 ADHD도 생기는 느낌이랄까?


모쪼록 노천탕을 마치고 책을 읽다가 낮잠에 드는 건 보송하니 기분 좋은 게으름이었다.






Waterfront Park �


길고 단 낮잠을 한잠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고는 강변 워터프런트 공원에 산책을 나왔다. 어느 도시나 강가는 그 도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쉼터가 되어주는 것 같다. 해 질 무렵 산책을 하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여유로웠다. 가족들이랑 다 같이 산책을 나온 사람들,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 혼자 그네에 앉아 사색에 잠긴 사람들 등등 강변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즐기는 이들이 풍경을 배로 아름답게 하고 있었다.






춥지 않은 딱 좋은 봄 날씨에 천천히 강가를 누비니, 한강공원이 그렇게 생각이 났다. 친구들이랑 피크닉도 가고, 연애할 때 남편이랑도 자주 갔었는데 말이다.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다르지만 향수를 자아내는 풍경이었다. 잘 조성된 강변 공원은 도시 사람들에게 힐링의 장소가 됨은 분명한 것 같다.






Bourbon Street�




켄터키 Yum Center을 조금 더 지나면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버번 거리가 나온다. 건물들 1층에는 온통 버번 펍들이 줄지어 자리해있다. 건물들이 앤티크해서 거리 전체 분위기가 산다. 군데군데 다양한 버번들을 파는 샵들도 있으니 위스키나 펍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봄직하겠다.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느끼며 한 바퀴 걸어보았다. 그런 와중에 또 벚꽃이 예쁜 스팟을 발견해서 한 컷 남겼다.








Fourth Live Street�

멀리서부터 둠칫둠칫하는 비트가 들려오던 이곳은 the Fourth Live Street이라는 공간이었다. 토요일 밤에 구경을 갔는데, 확실히 어린 친구들이 많고, 노천에 테이블을 깔아두고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홍대의 밤거리를 다니는 기분이랄까? 다만 그렇게 북적이지 않고 토요일 밤인 것을 고려해도 제법 한산했다. 그래도 이런 네온사인과 비트를 보아하니 비로소 오래간만에 도시에 나온 기분이 들었다. 다만, 밤에 다니니 구걸하는 사람들이 와서 말도 많이 걸어왔다. 혼자 다니기에는 다소 주의가 필요할 수 있겠다.



이렇게 소소하게 옆 동네 루이빌 마실과 호캉스를 기록하여 보았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루이빌의 맛을 소개하여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