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는 핑클 공주가 되었다, 핑크색을 좋아한 엄마가 나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모든 딸들은 공주가 된다. 난 그런 공주가 되는 것이 좋다. 내 주변 온 모든 것이 핑크와 헬로키티이다. 다이어리 색을 고를 때에도, 네일을 고를 때에도, 그 어떤 것을 골라도 나는 핑크가 항상 일등이다. 그래서 색 고민을 오래 하지도 않는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색을 가장 좋아하는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에 답 하기를 어려워한다. 좋아하는 색이 많거나 아님 딱히 좋아하는 색이 없거나. 나는 항상 분명했기 때문에 사실 이해가 안갔다. 2022년 다이어리를 고르면서 나는 또 핑크 색만 찾고 있었다. 그 동안 너무 한 부분만 바라본 것이 아닌가. 다른 초록색에 눈길이 갔고 이번 년도는 다크 그린이라는 색상으로 정했다. 핑크가 질린걸까, 핑크를 안좋아하려니 계속 눈에 밟히긴 하다. 중학생때부터인가, 너무 오랫동안 좋아했던 색상이다 보니 쉽게 끊어내기도 쉽지 않다. 핑크색이 이제 확 와닿지는 않지만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듯한, 그러나 선택하고 싶지 않은, 그래도 핑크색이 이뻐보이는, 이런 이상한 생각이 든다. 핑크에 둘러싸여있으면 안정적인 기분이었는데 이제 나는 다른 색을 좋아하려고 하다보니 내 주변이 핑크로 물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이렇게 내가 나에게 정의내린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