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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Nov 27. 2023

확실한 광고

~ 1년 365일 감사해서 ~

가끔씩 가는 정육점이 있다.

꼭 고기를 사지 않아도 재래시장 입구이면서 도로변에 있어서 오며 가며 마주친다. 서너 평 남짓하지만 출입문이 따로 없이 입구가 탁 트이고 도로변까지 이어져서 매장이 더 넓게도 보인다.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매장 쪽으로 조금만 가까이 지나가면 두 분 아저씨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신다. 무엇보다 가성비 높은 품질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이다.     



오늘은 사골육수를 한 병 샀다.

만원을 지불하고 뒤돌아서려는데 아저씨가 “잠깐만요.” 하더니 2024년 새 달력을 주셨다. 벌써 새해 달력이 나왔다. 의외였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아직도 종이 달력을 작성해서 주는 가게가 있다니, 그것도 이렇게 작은 매장에서 말이다. 무시해서가 아니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챙기기 바쁠 것처럼 보이는 매장에서 큰 인심을 쓴 것에 놀랐다. 요즈음 보기 드문 일이다.      



공짜로 뭘 받기 겸연쩍어서 “ 아이고, 물가도 오르고 장사하기 힘들 텐데 달력까지 만드셨어요?”라고 하자. 아저씨는 “ 1년 동안 저희 매장을 이용해 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1년 365일 감사한 마음을 돌려 드리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라며 환하게 웃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두루마리 달력 온기가 가슴으로 스며들어 발걸음까지 가벼웠다.      



집에 와서 달력을 펼쳤다.

화려한 사진도 그림도 없지만 큼직큼직한 날짜와 날짜에 따른 특이사항이 입력된 단순하고 선명한 달력이었다. 1년 365일 감사하다는 아저씨들 마음이 꾸밈없이 숫자에 새겨져 있는 달력이었다.     



고기를 살 때마다 조금씩 더 얹어 주던 아저씨들 손길이 바로 아저씨들의 인심이었다.

한 끗이라도 야박하게 굴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주던 아저씨들 마음이 달력을 만들었나 보다. 노력해서 벌어들인 이윤 중에서 작은 것이지만 고객에게 환원시켜 주고자 하는 마음이 가상했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깃들어있는 달력이어서 그림도 없는데 자꾸 넘겨보았다.

앞으로 다른 도움 줄 능력은 없어도 적어도 고기는 꼭 그 가게로 가야겠다. 비싼 비용으로 TV광고하지 않아도 아저씨들의 인심이 가장 확실한 광고가 되었다.



달력을 벽에 걸었다. 날짜만 새겨져 있는데도  Cf 모델처럼 환하게 웃는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년 365일 매일 감사해서…….''


(서로 먹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친구들을 여유있게 쳐다보고 있는 양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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