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에서의 두 번째 전시, 이번엔 AI영상으로

AI 아트필름 - 김치 편 스토리보드 소개

by 엘리사
전 세계 AI 아트의 흐름은
이제 영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미지 생성에 머물러 있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걸 체감하고 있다.

AI 영상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그 퀄리티는 빠르게 사람의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2025년의 마지막 날에도, 나는 다시 DDP에 갔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인플루언서 박람회를 표방하는 2025 서울콘. 그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AI 전람회: Beyond Fluxus, AI Hllyu'에 참여했다. 20세기 전위 예술운동 플렉서스를 넘어, AI와 결합된 미래지향적 한류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국내 AI 아티스트 약 100여 명이 참여하고, 전시와 렉처, 공연을 결합한 갈라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였다.


이번에는 이미지 작품이 아닌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미디어 작품으로 출품했다. 《hAllyu Ignite 展》 AI 영상 시음회. 나의 두 번째 DDP 전시이자, 미디어 전시로의 첫 발이었다.





나는 생성형 AI를 통해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동시대적 이미지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한국적인 것'이 오늘날 어떤 모습과 감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그 질문이 내 작업의 출발점이다.


전시 참여가 확정된 후, 주제문을 받았다. 'hAllyu Ignite'. 20세기 전위예술운동 플럭서스를 넘어, AI와 융합된 미래지향적 한류를 생성형 AI로 시각화하라는 것이었다. 키 비주얼 예시로는 AI 인플루언서, 휴머노이드 K-POP 아이돌 같은 것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나만의 언어로 한류를 말하고 싶었다. 이전 DDP 전시에서는 한국 음식을 초상화로, 파리 전시에서 풍경화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그 K-Food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만들게 된 시리즈, K-Food Couture Gala.


한국의 대표 음식을 오뜨꾸띄르 패션과 춤으로 재해석한 AI 생성 뮤지컬 아트필름 시리즈다. 김치, 김밥, 떡볶이, 빙수. 이 네 가지 음식이 가진 고유의 색과 질감,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캐릭터와 서사로 풀어내기로 했다. 그중 첫 번째 주인공은 김치였다.


영상은 글 마지막에 소개하겠다.





1. 컨셉 소개


김치 편의 부제는 'Becoming Kimchi'. 김치가 되기까지.


김치의 본질은 발효다. 푸른 잎의 배추가 시간을 견디며, 양념에 스며들며, 천천히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그 여정에서의 인내와 폭발의 대비. 그리고 그것을 발레와 현대무용으로 표현했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흑인 발레리나다. 김치는 이미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글로벌한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했다.


나는 이 작품에서 인종의 전형성을 깨고 싶었다.


김치 하면 한국인, 발레 하면 백인. 그 자동적인 연결을 끊고 싶었다. 김치가 국경을 넘었듯, 이 작품의 캐릭터도 국경 밖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 어떤 툴을 사용했나


지금은 힉스필드가 AI 영상 업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에는 그 툴이 이정도로 발전하기는 전이라 그 툴을 쓰지 않았다. 나노바나나는 사용하지 않았고, 미드저니로만 키 컷을 만들고 Kling AI로 영상화 했다. 음악은 Suno AI로 제작했고, Capcut으로만 편집했다.




3. 스토리보드


이제부터 스토리보드를 씬 별로 소개하려고 한다.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영상 속 인물은 실사처럼 보이지 않는데 의도적인 장치이다. Midjourney 7.0 버전 이후, 실사적이고 시네마틱한 이미지 생성은 고도화 되었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필름에서는 나는 조금 비현실적이고 아티스틱한 질감을 원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화면처럼 색과 구도가 인위적으로 통제된 세계. 그래서 6.1 버전을 주로 사용했다.

생성형 AI 이미지 업계는 점점 '리얼함'에 집중되어 발전하고 있지만. 작품에서 반드시 리얼함을 추구하는 것만이 AI 아트의 진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Scene 1 (인트로)

눈을 감고 있는 여자. 연녹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배추의 색이다. 해금과 대금의 솔로가 고요하게 흐른다. 명상적이고 절제된 시간. 그녀가 눈을 뜬다.



#Scene 2

분홍빛 공간 안에 항아리들이 놓여 있고, 연녹색 튀튀를 입고 앉아 있다. 준비의 시간.



#Scene 3

그리고 변화가 시작된다. 공기 중에 붉은 파티클이 휘날린다. 고춧가루를 상징한다. 그녀는 붉은 가루 위에서 구르고, 기어가고, 뒹구며 춤을 춘다. 가야금의 아르페지오가 등장하고, 장구의 리듬이 더해지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양념이 배추에 스며드는 시간이다.



#Scene 3

턴이 빨라진다. 팔을 활짝 펼치고 회전하는 동작은 점점 격정적으로 바뀐다. 발레의 절제된 동선이 현대무용의 거친 에너지로 넘어가는 순간. 해금의 긴장이 서양 스트링과 만나 빌드업된다. 공기 속 고춧가루는 점점 매캐해진다.



#Scene 4~5

어느 순간, 의상이 바뀌기 시작한다. 연녹색이었던 상의가 핑크빛으로 물든다. 배추가 양념에 절여지듯, 옷이 붉게 스며든다. 바닥의 고춧가루는 더 짙어지고, 공간 전체가 붉은빛으로 뒤덮인다.



#Scene 6

그리고 한 번의 정지. 그녀가 붉은 바닥에 누워 있다. 눈을 감고 있다. 그러다 불현듯 눈을 뜬다. 깜짝 놀라듯.

발효는 변화를 겪는 당사자조차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내가 변화하고 있구나. 영상의 첫 장면에서 눈을 뜨는 것이 존재의 시작이었다면, 이 장면에서 눈을 뜨는 것은 변화의 자각이다.



#Scene 7~8

각성 이후, 공간이 완전히 바뀐다. 온통 반짝인다. 빨간 스팽글 드레스. 반짝이는 붉은 공간. 발효가 무르익으면서 내부에서 톡톡 터지는 기포들, 그 에너지를 축제처럼 표현한 장면이다. 음악도 활기를 띤다. 발효의 절정. 가장 활발하게 숙성이 일어나는 순간.



#Scene 9

그리고 클라이맥스. 사물놀이의 리듬과 오케스트라가 폭발적으로 충돌한다. 무대는 불바다다.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그 사이로 완전한 레드 튀튀를 입은 그녀가 그랑 주테로 도약한다. 연녹색은 어디에도 없다. 토슈즈로 불 위를 딛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김치가 되었다.



#Scene 10 (엔딩)



마지막 장면. 모델이 여유롭게 워킹하며 퇴장한다. 붉은 쉬폰 천이 공중에서 소용돌이치며 그녀를 감싼다. 날개처럼. 혹은 양념이 배추를 휘감듯. 어디서 왔는지를 기억하면서, 이미 다른 존재가 된 모습. 이제는 평화롭다. 인내를 통과한 후의 고요함.





4. BGM

한국 전통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를 융합한 시네마틱 퓨전 사운드. 해금과 대금의 솔로로 시작해, 가야금 아르페지오가 등장하고, 장구와 북의 리듬이 쌓이며, 클라이맥스에서는 사물놀이와 풀 오케스트라가 섞인다. 변화가 주제이니만큼 변화(발효)라는 서사를 담아내고자 했다. 정적에서 폭발로 = 배추에서 김치로.




5. 풀버전 영상

아트필름 풀 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사운드와 함께 듣는 것을 추천!

https://youtu.be/uZ0l0jMah_c

김치가 발효되어가는 과정을 댄스필름으로 표현한 AI 미디어 아트 by Elissa



되어감(Becoming)


배추가 김치가 되는 과정을 하나의 존재가 시간과 인내를 통과하며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하는 이야기라고 봤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이다. 마치 절여지듯 환경에 치이고, 고춧가루처럼 매운 시간을 견디고, 자기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버틴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닫는 날이 온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구나.


발효란, 잘 익으면 김치가 되지만 잘못되면 그냥 썩는다. 그 갈림길에서 차이를 만드는 건 시간을 견디는 태도다. 숙성이 되느냐, 부패가 되느냐.


이 영상에서 배추가 김치로 변화하는 과정은 곧 날것의 우리가 시간을 통과해 완성된 우리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부제가 'Becoming Kimchi'인 이유다. 김치가 되기까지. 그리고 성숙한 자신이 되기까지.




6. 마무리하며..

K-Food Couture Gala 시리즈는 김치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더 많아질 수도 있고) 김치는 발레와 현대무용으로, 김밥은 60년대 프렌치 팝으로, 떡볶이는 90년대 힙합으로, 빙수는 재즈와 스윙으로. 각 음식이 가진 고유의 색과 질감,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캐릭터와 댄싱 서사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다.


떡볶이 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려 한다. (그건 아직 유튜브에도 올리지 않았다)





K-Food Couture Gala — 김치 편 'Becoming Kimchi' 2025, AI artist Elissa Midjourney, Kling AI, Suno AI, Capcut

《hAllyu Ignite 展》 AI 영상 시음회 2025 서울콘 {AI 전람회 : Beyond Fluxus, AI Hallyu}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 2025.12.31



전시 관련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0163

https://www.ilovepc.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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