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의 치유와 회복 7)
독서가 사별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201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만 13세 이상 우리나라 독서 인구의 비중은 2011년 61.8%에서 2019년 50.6%까지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대략 인구의 절반 정도가 전혀 독서를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니 이 질문에 대한 사별자들의 답변은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독서에 관한 많은 격언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당연히 “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밍웨이는 책만큼 충실한 친구는 아무도 없다고 단언했고,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스티븐 킹은 책은 휴대가 가능한 마법이라고 말했다. 또 저명한 사상가이자 시인이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은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라고 주장했으며, 영국의 작가 헬렌 엑슬리라는 “책은 위험할 수 있다. 좋은 책에는 ‘이것은 당신의 삶을 바꿔버릴 수 있다’라는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를 통해 사람들의 뒤틀린 생각과 감정을 바꾸고 삶의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을 서양에서는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라고 부른다. 단어 그대로 독서를 통한 심리 치료를 의미하는 이 치료 방법은 공식적으로 1차 세계 대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부 선각자들이 전쟁 시기에 다친 군인들에게 심리치료의 방법으로 책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마음의 치료를 통한 몸의 치료 효과까지 확인함으로써 각종 심리 치료의 방법으로 독서가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독서치료 방법은 각종 중독자 치료와 트라우마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독서치료는 아직 초보 수준인 듯하다. 독서 치료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회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쉽게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도 사별자를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이 있다면 매우 좋겠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서 운용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안타깝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해도 좋은 책을 선택한다면 혼자서도 독서를 통한 치유와 회복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별 초기에 가람 씨는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슬픔과 복잡한 심리 상태는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곤란했다.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그가 의지하게 된 것은 책이었다. 그는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사별에 몰입되어 있던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었고 필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별 또는 애도와 관련된 책을 주로 읽었지만 차츰 심리나 종교 등 다른 주제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가람 씨는 더 폭넓은 독서를 위해 독서토론 모임까지 가입했는데, 삶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알아보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가람씨에게 책은 낯선 곳을 여행할 때 필요한 베테랑 가이드와 같은 존재였다.”
책은 좋은 조언자이자 위로자이다. 독서는 당신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며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된다. 또 독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도 한다. 특히 나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책 속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면 그 주인공의 삶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은 또한 당신의 삶의 가이드 역할을 해 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시기적절한 좋은 문구 하나가 당신의 삶에 지속적으로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도 있다. 좋은 책은 그 책을 읽을 당시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쳐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에 상관없이 책은 다양한 모습으로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당장 받고 싶다면 사별을 주제로 한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별 초기 많은 이들은 한동안 복잡한 감정과 달라진 현실로 인해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경험한다. 사별자들은 자신의 이런 상태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고, 또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야 할지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마땅한 조언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책으로 눈을 돌린다면 생각보다 쉽게 필요한 위로와 조언을 얻게 될지 모른다. 특히 사별자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연대감을 통해 새 힘을 얻게 된다. 좋은 사별 책들은 어떻게 애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자세히 조언하고 있으며 사별 후 품게 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사별을 경험한 당신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아픔을 이겨나가는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없는 벗이다.
책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상담자이자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이다.
(Charles W. Eli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