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섹스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
서로 상대방이 되어 하나의 존재로 합쳐지는 듯한 감정
육체적 차원이 아닌 심리적 차원에서 보면, 성적 욕망은 인간이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고찰하는 통로가 되는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식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으며, 자신과 떨어진 타인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밖에 알 수가 없다. 대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완전하게는 이해할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속을 그저 넘겨짚어 짐작할 뿐, 그들이 말을 해주어야만 비로소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자아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거리와 마음의 혼란을 극복하고 늘 다른 누군가에게 가 닿으려고 하고, 그와 연결되어 하나가 되려고 갈망한다. 그리고 때로는 (보통 사랑이 불타기 시작한 초반에) 나와 타인 사이에 존재하던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황홀한 순간을 경험하며 희열을 느낀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1865년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옛 로맨스 스토리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면 이와 같은 감정을 음악으로서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서로 깊이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각자의 자아가 서로에게 녹아들어 가는 것 같은 기분, 서로 상대방이 되어 하나의 존재로 합쳐지는 듯한 감정을 이렇게 노래한다.
둘이 함께 : 무한한 공간 속에서 하나 된 우리, 가장 행복한 꿈속에서!
트리스탄 : 그대는 트리스탄, 나는 이제 트리스탄이 아닌 이졸데!
이졸데 : 그대는 이졸데, 나는 이제 이졸데가 아닌 트리스탄!
둘이 함께 : 이름도 없이, 나뉨도 없이! 새로이 얻은, 새롭게 불타오르는, 끝없는 하나의 의식이여. 우리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완전한 사랑의 기쁨이여!
보통 이런 고상한 사랑의 감정은 육체적 욕정과 대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대개 욕정은 육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될 뿐, 그 역시 상대방과 교감하고 싶어 하는 강렬한 갈망의 다른 모습인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은밀하고도 사적인 육체적 행위를 기꺼이 나와 즐긴다는 것은 그가 나의 존재를 내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외적 신호인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누구보다 가깝게 느끼고 나를 신뢰하기에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고 자기 존재의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내가 들어오도록 허락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섹스가 오로지 육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육체적 행위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삽입에 따른 피스톤 운동, 곡예에 가까운 체위 등)는 것이다.
그러나 섹스란 근본적으로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라고 본다. 육체라는 조력자의 도움에 힘입어 두 사람이 영혼이 만나 교감하는, 그때의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동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남편과 가끔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고민하다 “궁극의 섹스가 아닐까!!!”하고 결론 내릴때가 있다.
어떤 욕구는 얼핏 불쾌하고 기이하게 보일지라도 근본적으로 섹스는 역겨운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성적 욕망의 뿌리에는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 허용이 가능케 하는 교감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우리의 에로틱한 흥분을 일으키는 힘은 내면 깊은 곳의 정서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상스럽고 추해 보이는 말과 행동이 동반되는 섹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성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성적 욕망과 섹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9년 전부터 나는 남편과 더욱 깊이 성적 욕망과 섹스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며 더욱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의 깊어짐을 느꼈다. 인간의 성적 욕망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무엇이며, 고상한 욕구와 훨씬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가끔 느끼는 추잡해 보이는 행위라도 사실 그것은 육체라는 수단을 통해 어떤 순수하고 고귀한 목표 지점에 이르려는 노력인 것을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