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줄이 쓰이지 않는 당신에게
아침 9시 55분, 한국에서 온 SOS
첫 번째 무지개가 물안개 속에서 깨어나는 그 아침 9시 55분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아는가?
그날도 난, 관광버스들이 도착하기 직전,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보라가 만든 프리즘이 공중에서 천천히 색을 입히고 있었고, 난간의 차가운 쇠는 아침 햇살에 이제 막 온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햇살이 코트 어깨를 데우고 있을 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진동이 갈비뼈를 타고 심장까지 전해졌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 "시인 선생님".
"여보세요?"
"도와줘... 이게 마지막이야."
전화 너머 목소리는 팔십 년을 살아온, 육십 년 동안 시를 써온, 그러나 단 한 권의 시집도 세상에 내놓지 못한 사람의 떨림이었다. 손끝에서 펜이 떨어질까 봐, 마지막 문장이 흩어질까 봐, 그렇게 온 생애를 붙잡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육십 년의 숙제
선생님은 사천 편이 넘는 시를 쓰셨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의 시집이 단 한 권도 없었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늘 "아직 부족하다"며 출간을 미뤘다. 봄에 쓴 시는 여름에 다시 고쳐졌고, 가을에 완성했다 믿은 시는 겨울이 되면 또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육십 년!
계절이 이백사십 번 바뀌는 동안, 선생님의 책상 위 원고는 점점 높아졌지만 서점 선반에 꽂힌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팔십 대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펜을 쥔 손가락이 점점 굳어간다는 것을. 더 이상 '다음 계절'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시집을 내고 싶어. 죽기 전에..."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사천 편이라는 방대한 시의 바다 앞에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떤 시를 먼저 꺼내야 할까? 어떤 순서로 배열해야 할까? 어떤 문장을 남기고, 어떤 문장을 지워야 할까? 육십 년 동안 쌓아 올린 탑 앞에서, 선생님은 처음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팔천 마일을 잇는 펜
이렇게 나는 시인의 눈과 귀가 되었다. 한국의 고요한 서재와 캐나다의 요란한 폭포 사이, 팔천 마일을 하나의 펜으로 잇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천 편 중 어떤 시를 먼저 꺼내야 할까?
이리 호에서 온타리오 호로 흐르는 나이아가라 강의, 그 거대한 물길이 시작되는 폭포의 시작점을 찾아 걸었다. 하지만 강에는 시작점이 없었다. 호수에서 왔고, 호수는 빗물에서 왔고, 빗물은 바다에서 왔고, 바다는 다시 강으로 돌아간다.
"선생님, 시작점이 없어요. 물은 그냥... 흐르고 있어요."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하자. 순서 같은 건 없는 거야. 그냥... 흐르는 대로 엮는 거지."
그날부터 우린 순서를 포기했다. 계절도, 연대도, 주제도 따지지 않았다. 사천 편의 바다에서, 한 편 한 편이 스스로 떠올랐다.
완성의 순간
육십 년 만에, 선생님의 첫 번째 시집이 작년 봄에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압곡사 가는 길》. 그리고 벌써 네 권의 시집이 완성되었다.
"이상하지? 육십 년 동안 한 권도 못 냈는데, 일 년 만에 네 권이 나왔어."
선생님은 전화 너머로 웃으셨다.
우리가 여는 도서관
그 일이 있고 나서, 난 깨달았다.
세상에는 선생님처럼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혼자서는 쓸 수 없었던 문장, 마지막 한 줄이 나오지 않는 편지, 서랍 깊숙이 숨겨둔 미완성 원고들, 완벽하지 않아서 세상에 내놓지 못한 사천 편의 꿈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재능이 아니었다. 용기도 아니었다.
그저—
함께 볼 사람. 팔천 마일 너머에서 "보여요"라고 말해줄 사람. "들려요"라고 속삭여줄 사람.
미완성 이야기들이 완성되는, 혼자서는 건널 수 없던 강에 다리를 놓는, 사천 편의 서랍 속 시가 비로소 첫 페이지를 함께 찾는 사람이고 싶다.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가?"
함께 마지막 한 줄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한다. 아니, 어쩌면 마지막 한 줄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이야기는 이미 완성될 테니까.
책은 조용히 읽히지 않는다. 때로는 폭포처럼 쏟아지고, 때로는 다리가 되어 불가능을 연결하고, 때로는 전화벨처럼 울려 누군가의 아침 9시 55분을 흔든다.
이제 여러분의 밤을 훔쳐갈 문장들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