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250미터의 프롤로그

by Elizabeth Kim

Hockley Road의 자갈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하루의 모험은 이미 절반쯤 시작된 셈이다. 엔진이 꺼지고, 문이 열리고,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숲의 정적 사이로 흩어진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주차장에서 본선까지 겨우 250미터인데, 이걸 트레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발이 실제로 그 아스팔트를 디디는 순간, 질문은 천천히 바뀐다.

도시에서 숲으로, 일상에서 모험으로, 차창 밖 풍경에서 발바닥의 촉감으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통과해버리곤 했던 경계선이, 이 짧은 구간에 응축되어 있다.


250미터는 길지 않다.

그러나 그 사이에, 언어가 바뀌고, 소리가 바뀌고,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끝에, 땅에 박힌 파란 금속 말 하나.

간세.

제주에서 건너온, 작고 느긋한 조랑말의 실루엣.


우리가 그 파란 말을 내려다보는 그 순간, 세계 지도는 잠시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다.

대륙과 대륙을 잇는 것은, 원래 비행기와 선박만이 아니었다.

한 조각의 금속, 하나의 상징, 그리고 그 앞에서 속도를 늦추는 사람들의 마음.

250미터의 짧은 길은, 그렇게 두 나라의 걷기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돈 스캘런 같은 자연학자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 전해준 문장들,

제주 올레의 간세가 상징하는 느린 걸음의 철학,

간세 앞에서 멈춰 선 우리도 길의 비밀을 서로에게 전해준다.


모든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작고 느긋한 첫걸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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