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한 순간

11.14.2016

by 엘리제
결정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몇 가지 고민들 중에 하나가 정리되었다. 이번 결정은, 나의 인생을 바뀌게 할 만큼의 너무 중요한 선택이었고, 전혀 다른 삶, 그러나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가 확신되는 두 갈래의 길에서 하나를 포기하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내겐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버는 일도 중요했지만, 사정이 조금은 힘들더라도 결국,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결심한 것이다.


한 달 전, 친분이 있던 아는 동생이 창업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열정으로 창업한 3개의 스타트업에서 팀빌딩에서 생각하지 못한 일로 모두 실패하고 나서 몸도 마음도 지칠 때로 지쳐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인생도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젠가는 허무하게 끝날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삶의 무의미함을 제대로 경험하면서 모든 것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던 상황이었기에, 무슨 일이든 좋으니 이젠 그냥 한만큼 바로바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 열정 페이가 아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지푸라기도 잡아보고 싶었던 그날의 제안은 쓴 약을 먹은 뒤에 달콤한 초콜릿을 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또다시 엄청난 고민과 생각이 몰려왔다


1. 무언가 다시 도전한다면 내가 잘하는 것 예술이나 음악을 통해 남들보다 앞서 출발하자고 결심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플랫폼. 2. 또 스타트업 회사이다, 번번이 실패했고, 이분야가 재미와 열정만으로 도전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인 줄 알만큼 알게 되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4번째 창업에 뛰어들 것인가? 3. 수익이 생길 때까지 예고 없이 지속될 무급 4. 전문지식이 많지 않은 마케팅 분야 5.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가득한 이 스타트업 분야에 또 도전할 마음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 6. 지금 당장 나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힘든 상황. 등의 고민이 있었다.


'나를 존중해주고 나의 가능성을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다시 도전해볼 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있었지만, 역시나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현실적인 부분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어 잘 모르는 일을 다시 배우면서 일해야 한다는 걱정보다는, 모든 스타트업이 그럿듯, 처음부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다가 정해진 기간 없이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열정 페이를 하게 되는 것은 물론, 다시 스타트업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이중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이미 지쳐버린 마음이.. 다시 도전을 하게 된다면 처음 창업했을 때처럼 의 일에 대한 나의 순수한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회사가 성장하기 전까지 지분이란 지금 당장은 무의미한 긁지 않은 복권을 대신 받으며 희망고문을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컸다.


일주일을 고민해보았지만 사실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잘 서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일단 내가 아는 지인의 회사라는 점이 좋았고, 내가 가진 어떠한 능력이 그 회사에 도움될 수만 있다면 서로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도전해보려 준비하고 있었던 예술분야에서도 동시에 일을 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를 흔쾌히 허락도 받았다. 이 일의 선택에 있어 제일 중요하다 생각했던 월급, 처음엔 무급 제안을 받았지만 협상 끝에 나의 평균 생활비 1/3 정도를 매달 받기로 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너무도 부족한 월급이었고, 돈이 당장 필요한 내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스타트업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하려 했고, 그래도 당분간은 작은 수익이 생기는 것에 대해 나름의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3번의 창업 때의 경험을 통해 느낀 점:


1. 리더는 한 사람 이여야만 한다

2. 너무 많은 사람이 팀을 이끌면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 는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일을 시작할 때 다른 마음가짐:


1. 나는 이제 그냥 직원이다

2. 대표가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일하자

3. 대표를 능가하는 리더십은 최대한 발휘하지 않기

4. 대신, 적당히 이끄는 것에 참여하여 지켜보기


등이 있었다.



처음 이 회사의 아이템을 들었을 때 '골 때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아이템이었다. 론칭을 하면 바로 수익이 생기는 구조가 좋았고, 많은 초보 스타트업 창업가들처럼 비현실적인 생각이나 플랫폼의 가치에만 집중하는 길이 아닌, 현실적인 마인드로 가치와 이익에 집중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대표의 마음가짐도 좋았다. 이미 1억 정도의 시드 투자를 받은 상황이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듯 보이는 성과들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짧은 시점에서, 걱정했던 부분들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는데, 빨리 결정하는게 현명하겟다는 생각으로 많은 고민 끝에 결심을 했고, 그 계기로 전보다 더 나은 조건의 제안도 다시 받았지만 이미 결심한 내 마음을 돌리기엔 늦어버렸다. 미련 없이 거절했고 결과적으로 이 일을 포기 선언했다. 그 계기:


1. 의식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

2. 멋진 미래만을 기대하면서 스타트업에 다시 도전하는 건 내게 너무 사치인 것 같다

3. 일해보니 회사가 원하는 스타일이 확고하고, 내가 표현해낼 수 있는 스타일이나, 추구하는 스타일과 아주 많이 다르다 (이건 마케터로서 최악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마케터의 강점이라 생각하는 그 사람만이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과 매력이 회사가 원하는 것에 가려져서 무의미하게 된다면 좋은 마케팅도 아닐뿐더러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없다고 판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때마다 청국장과 토마토 파스타를 동시에 먹는 아주 어색한 느낌이었다.)

4. 스타트업과 동시에 또 다른 큰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스타트업 자체만으로도 일이 많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집중할 수 없었다

5. 이 일을 하면서 내게 지금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나의 열정과 시간을 투자할만한 이유를 계속 찾지 못했다

6.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만큼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제대로 느꼈다

7. 피아니스트인 나는 이제 다시 피아노가 치고 싶다

8. 지금까지의 경영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가치있는일을 하고싶다

9. 나를 버리면서까지,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독하게 살고 싶지 않다

10. 나는 생각보다 험한 일을 경험하고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11. 스타트업을 통해 사람에게 상쳐받고싶지않다

12. 이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꿈꾸는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

13. 하고 싶은 일이 더 확고해졌다



그렇게 나는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시원섭섭하다.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서 다시 명예를 회복할 기회이기도 했다. 처음 창업할 당시, 나를 가능성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도전은 어리석고 위험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그럴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다. 또 하나를 꼭 버려야 하는 상황에, 끝가지 도전하지 못하고 포기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미련은 하나도 없다. 멀리 보고 생각한다면 나를 위해 회사를 위해 아주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계기로 그동안 잃어버린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에 작은 불씨가 생겨난 것 같고, 생각한 것들을 소소하게 하나씩 이루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새롭게 정리해본다.


올해도 이렇게 무의미하게 또 아무 성과 없이 힘들게 지나가려니.. 생각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올해 두 번째로 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생각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게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느끼는 것에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평안하다. 그동안 많이 수고했다.



이제는 다시 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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