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12년 만에 '조작된 도시'로 돌아왔다.
참신한 연출과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난해함까지 섞여 있는 이 영화를 관객은 어떻게 평가할까.
영화 '조작된 도시'는 전국민이 비난하는 잔인한 살인자가 사실은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철저하게 누명을 쓴 희생양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온라인 게임 속에서는 탁월한 전략과 스킬로 팀원을 이끄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PC방 겜돌이이자 백수일뿐이다. 평소와 똑같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그는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갖다달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 길로 휴대전화를 찾아다준 권유는 이튿날 휴대전화의 주인인 미성년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범으로 몰리고, 경찰에 체포된다. 살인에 사용된 흉기, 그 위에 묻은 지문 등 주변에는 온통 그가 살인범이라는 증거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교도소에서 힘겹게 탈옥한 권유는 그를 유일하게 믿는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풀고 '진짜' 범인에게 짜릿한 반격을 가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박 감독은 다채로운 액션과 만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영상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때문에 무겁고 어두운 범죄액션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온라인 PC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경쾌한 유머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박 감독은 대규모 카체이싱부터 격투 액션, 드론 폭탄과 해킹까지 기존의 범죄액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한 발상을 영화에 구현해냈다. 특히 영화 초반부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전투 장면 역시 압권이다. 전투기와 미사일, 시시각각 터지는 폭탄과 와이어 액션까지 대규모 스케일과 비주얼이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또한 모든 범죄를 조작한 진짜 범인이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한 비밀의 방에서 최첨단 장치를 이용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모습은 시각적 놀라움을 안긴다.
하지만, 극 중간중간 게임 속 영웅들이나 쓸 법한 오글거리는 대사와 지나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우연들은 극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참신한 볼거리는 많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또한 존재한다는 말이다.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박 감독은 "우리사회는 힘없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쉽게 희생당할 수 있는 구조인 것 같다. 때문에 피부로 직접 와닿는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며 "복수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끝에 내몰렸을 때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있고 그들과 함께 작은 힘을 모아서 멋지게 이겨내는 희망을 관객에게 심어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래서일까 백수인 주인공을 비롯해 게임 멤버들 모두 주류라기보다는 비주류에 가깝다. 대인기피증의 초보 해커 '여울(심은경)'과 게임 속에서는 백발백중 스나이퍼지만, 현실에서는 특수효과 말단 스태프 '데몰리션(안재홍)', 한때 용산 전자상가를 주름 잡았지만 지금은 식물인간 취급받는 수리공(김민교), 지방대학 교수라 소개했지만 정작 현실에선 힘없는 아저씨(김기천)까지. 이런 비주류들이 권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이상 루저가 아니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막강한 파워를 내기 시작한다.
박 감독은 게임 멤버가 현실 세계에서 힘을 합쳐 조작된 세상에 반격을 가하는 과정을 게임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다시 게임이 되는 듯한 독특한 연출로 풀어냈다.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이 주인공이라는 설정과 참신한 스토리, 그리고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연출은 확실히 기존의 범죄액션영화와는 차별화된 볼거리와 쾌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