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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 K Jun 02. 2021

도시화와 지방소멸,
스페인의 시골 활용 방안은?

인구사막화에 대한 스페인의 고민과 해답 찾기

세계적인 흐름, 도시화

멀어져 가는 내집 마련의 꿈,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아침 출근시간의 교통체증, 점차 심각해지는 대기오염...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왠만한 나라의 주요 도시에서는 흔한 일상이다. 도시는 각박하고 인간미 없는 곳으로 묘사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시로 몰려든다. 세계 경제의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고 중국, 인도를 비롯한 대형 신흥국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 세계 도시화(Urbanización)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UN이 발표한 '2018 세계도시화 전망(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18)' 자료는 2005년 이후 세계 인구 중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이미 넘어섰으며, 2050년이 되면 농촌인구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도시화는 현대 경제의 특징이다. 현대 문명이 퇴보하지 않는 이상 이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도시들은 부가가치 창출의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전 세계 부의 60~80%가 대도시에서 창출되고 있고 질 좋은 일자리들도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대도시 집중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시집중화는 한반도의 3배에 이르는 큰 영토와 여유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도 거스를 수 없다. 2018년 UN경제사회국(UNDESA)은 2018년 기준 스페인 전체 인구의 80%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 동 수치는 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2035년이 되면 스페인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28%의 인구가 양대 도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수도 마드리드와 구아달라하라(Guadalajara), 아빌라(Ávila), 세고비아(Segovia) 등의 주변 지역 도시들은 점차 모호한 경계를 띠며 단일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 2위 바르셀로나와 3위 발렌시사이의 인구 격차는 2035년까지 7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UN경제사회국 (2018) 


스페인의 양대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주요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주거, 교통, 환경 등의 도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치솟는 월세 가격으로 이들 지역 상당수 가계가 월소득 대비 4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및 비즈니스인들의 부동산 수요도 높아 주거 공급 문제는 제1순위 과제로 손꼽힌다. 시내 중심가의 많은 매물들이 외국인 관광객 숙소로 사용되면서 정작 실거주 수요의 지역 청년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19 이후 많은 해외관광객용 물량들이 일반 주거용 물량으로 시장에 공급되면서 최근 가격상승이 둔화되고는 있으나, 지속적인 유입 인구의 수요를 감당할 획기적인 주거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대기 오염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스페인 정부는 2021.4월 EU에 제출한 국가경제재건계획 내 10대 핵심 투자계획에  친환경 모빌리티와 친환경 리모델링 계획을 포함시켰다. 배기가스 배출 감소, 친환경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노후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주요 대책으로 내밀었다. 참고로 스페인 전체 주택 가운데 30% 가량이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노후주택으로 이들의 냉난방 에너지 소실률은 40%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지방 인구사막화 현황 

도시화의 진행은 곧 지방의 인구감소와 소멸을 의미한다. 스페인에서도 지방 소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스페인중앙은행(BDE)은 2021.5월 '2020 연감'을 통해 처음으로 '스페인 내 인구분포와 경제적 의미(La distribución espacial de la población en España y sus implicaciones económicas)'라는 제목의 심층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도시화는 1950년 이후  2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1950년부터 1991년까지가 1단계로 산업 구조가 농업중심에서 2,3차 산업 중심으로 변환되면서 시골에서 도시로 대규모 인구이동이 발생하였다. 이 기간 스페인의 도시인구 비중은 59.6%에서 79.6%로 20%p가량 상승하였다. 1991년 이후 도시인구 비중은 2%p 가량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주로 시골인구 노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에 기인한 결과였다. 2000년대 들어 경기 호황에 따른 대규모 이민자 유입으로 전체 인구가 늘었으나, 2011년 유로화 위기 이후 이민자 유입이 다시 감소하였다.  2011-2018년 사이 스페인 내 절반 가량의 도시에서 인구가 감소하였는데, 인구 감소는 중소형 도시들에 집중되었다. 


*도시(Urbano)와 시골(Rural)의 구분 개념 

 EU통계청은 인구 10,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을 도시로 분류. 인구구조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숫자와 더불어 지리적 고립 여부 및 기본적인 서비스와의 접근성을 중요한 변수로 간주. 예를 들어 인구 1,000명인 작은 마을일지라도 주요 도시 및  주요 서비스와 30분 이내의 뛰어난 접근성을 가진 지역이라면 도시로 인식   


중앙은행 보고서는 전체 8,000여개의 마을(Municipio) 가운데 42%에 해당하는 3,403개가 인구감소로 소멸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하였다. 동 수치는 유로존 평균(10%), 독일(1%),  프랑스(7%), 이탈리아(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멸 위기 마을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 명 수준이었다. 또한. 인구분포 측면에서 스페인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인구밀집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토에서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면적 비중은 12.7%로 프랑스(67.8%), 독일(59.9%), 이탈리아(57.2%)에 비해 현저히 낮있다. 그만큼 인구가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소수의 시골 마을들은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제공 받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도시집중 및 지방 소멸화가 진행 될수록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화재발생률 증가, 생태다양성 감소 등의 환경 이슈도 커질 것이라 경고하였다. 

출처: 스페인중앙은행 2020 연감
출처: 스페인중앙은행 2020 연감


출처: 스페인 중앙은행 2020 연감 
출처: 스페인 중앙은행 2020 연감
지방 소멸화에 맞서는 스페인의 대응방안  

스페인 중앙은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골 마을 주민들에세도 최소한의 필수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시골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아울러 지방인구감소 대응, 지방인구감소 억제 2가지 차원에서 정책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 


출처: 스페인 중앙은행 2020 연감 

먼저, 지방인구감소 대응 측면에서 ▵각 단위 행정기관의 행정력 향상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마을들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디지털, 금융서비스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강화등을 제안하였다. 지방인구감소 억제 측면에서는 청년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보고  ▵지역 기업들에 필요한 교육 제공  ▵직업훈련 활동 및 지역 내 창업 활동 촉진 ▵유럽 지역개발 구조기금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 ▵지역 서비스 혁신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스페인 정부도 지방 소멸 현상을 경제회복의 기회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재원 투입을 결정하였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수립한 국가경제재건계획(Plan de Recuperación Transformación y Resiliencia)의 총 예산 700억 중 3분의 1이상을 경제적・사회적・지역적 결속 강화의 명목으로 지역별 불균형 해소에 집행하기로 하였다.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스페인 총리는 2021.5월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 친환경전환・인구구조대응부 장관을 비롯하여 100여명의 지방 행정 인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100억 유로의 시골 개발 투자 계획인  '미래가 있는 시골(Pueblo con Futuro)' 계획을 발표하였다. 시골 지역에 친환경 에너지 개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강화함으로써, 이들 지역이 스페인 전체 친환경 중심의 경제회복을 이끌어 나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스페인 정부의 큰 그림이다. 동 계획은 동등한 권리 및 서비스 제공 보장.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통한 경제활동 활성화라는 양대 목표 아래 10대 분야 130개 세부정책으로 구성되었다. 


출처: 스페인 정부의 '미래가 있는 시골' 계획 (2021.5월)
지방 개발 성공의 열쇠 

막대한 재원의 지역 개발 계획이 세워졌으니  지방 소멸 위기가 곧잘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은 위험하다. 사실 투자의 효율성을 따지자면 인구가 많은 도시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지역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부의 투자가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각각의 지역 사정에 맞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코로나 19 이후 전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촉진되고, 재택근무도 일상화 되고 있다. 이는 인구 분포 결정의 새로운 변수이다. 특정 지역에서 젊고 능력있는 인재를 떠나 보내지 않으려면 디지털 환경은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스페인 국내 전문가들은 도시와 시골의 디지털 격차를 빨리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페인 정부 역시 지방이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고, 창업 및 혁신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100Mbps 이상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지역 간 연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에 전 국민에 동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전국적인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명분도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시골 지역은 전원주택, 주말농장, 여가활동 등의 분야에서 도시가 가질 수 없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각광받는 이른바 '실버 경제' 관련 서비스 제공에도 유리하다.  인구 감소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들은 정부의 지원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혁신과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탑다운(Top-down) 방식의 억지스러운 인구 분산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인 지역 간 경쟁만이 자기 지역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혁신을 유도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골 경제 개발의 효율성도 극대화 될 수 있다. 균형을 강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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