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월급이 그리 짜다구요?
최근 한국의 여러 TV 프로그램에 스페인이 자주 등장하면서 한국인의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여행, 어학연수 등 스페인을 짧게 경험하는 차원을 넘어 스페인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한국-스페인간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발효되면서 양국 젊은이들의 취업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스페인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요소 중 하나가 스페인 기업들의 급여 수준이다. 스페인에 머물면서 현지 기업들의 낮은 급여수준에 실망했다며 돌아가겠다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다. 개개인별로 급여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고 국내 물가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말만 듣고는 실제 스페인의 급여수준을 단정하긴 어렵다.
2018년 OECD에서 발표한 임금자료만 보자면 양국의 평균 임금수준은 비슷하다.
스페인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기준 스페인의 인당 월평균 인건비와 급여수준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8년 월평균 실질임금은 2,899천원이었다.
최저임금의 경우 양국 모두 최근 수년간 높은 인상률을 유지해 왔으며, 2020년 스페인의 월 최저임금은 €1,108(연12회 기준)이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스페인의 급여가 낮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스페인에서 고용주가 내는 높은 사회보장비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기업이 근로자 1명을 고용할 때 실제 급여 외에 고용주가 해당 근로자를 위해 부담하는 각종 사회보험료(우리의 4대보험료 개념) 요율이 한국보다 크게 높다. 따라서, 고용주 입장에서 신규 근로자 1명에 대해 똑같은 인건비가 나가더라도 고용주의 사회보장세 지출비중이 크기 때문에 실제 근로자의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신 사회보장세를 많이 내는 만큼 근로자에 대한 혜택이 한국보다 많다. 스페인의 의료는 무상이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한국의 배에 가깝다. 실업급여의 지급 범위도 한국보다 넓다. 일반적인 스페인 근로자에 지급되는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스페인과 한국에서 일반 근로자 1명이 고용될 경우 회사와 근로자가 각각 부담해야 하는 각종 사회보장 보험료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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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비교에서 볼 수 있듯이 스페인 기업은 급여의 30%가 넘는 금액을 각종 사회보험료로 부담하는데 한국 기업보다 3배 가까운 수준이다. 근로자가 본인의 급여에서 차감하는 사회보험료 수준은 한국이 오히려 높다. 여기에 양국 근로자들은 각자의 소득수준에 맞는 근로소득세를 내야한다. 한 근로자가 양국에서 똑같은 금액의 월급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에서는 기업이 본인 급여의 10%가량을 별도로 지출하고 있는 반면 스페인에서는 30%이상 지출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해하기 쉬운 예를 한번 들어보자.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직원 1명에 월급1,500유로의 월급을 주기 위해서는 총2,001유로가 들어간다. 직원이 월급에서 본인 부담 사회보험료와 근로소득세를 제하고 최종적으로 받는 금액은 1,243유로이다. 물론 근로자의 부양가족, 직군에 따라 산재보험, 근로소득세에서 일부 변동이 발생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근로자는 회사가 해당 근로자를 위해 전체 지출한 금액에서 38%가량이 빠진 금액을 받게 된다. 그만큼 스페인이 한국에 비해 높은 임금을 주기가 어려운 사회보험료 납입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 했으면 한다.
el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