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간
누군가 시간이 흐름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뭔지 묻는다면 나는 아이들의 사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상에서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매일 볼 수 있긴 하다. 그런데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에 찍은 사진을 볼 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얼마 전 관모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면서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인천시 남동구에 대공원이 있다. 공원 안에는 작은 산이 있는데 산책겸 운동겸 오르내리기 편한 산이다. 아이들이 네살 여섯살이었을 때, 여름부터 가을까지 나와 아이들은 매일 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까지 가려면 마지막에 계단이 이백 오십 개 정도 있다. 계단을 오르기 전 평평한 장소가 있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쉬면서 목을 축이고 올라가곤했다. 그 곳엔 나무 밑둥처럼 생긴 둥근 의자가 세 개 있다. 아이들이 앉기 좋게 낮은 의자다.
얼마 전 산에 갔을 때도 우린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쉬는 동안 사진 찍어줄게 하며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어 이건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나무 밑동 의자 뒤로 ‘상아산 265m, 관모산 135m, 동물원 1385m’ 글자가 있는 이정표가 있고, 왼쪽 의자 뒤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는 언뜻 보면 의자의 등받이 같아 보인다. 그 뒤엔 여기까지 올라오는 길이 있는데, 길이 잘 보이진 않는다.
주변 환경은 거의 똑같다. 아이들만 비슷한 듯 바뀌었다. 그리고 식구도 하나 늘었다. 하얀 포메리안
나뭇가지로 칼싸움도 하고 총싸움도 하며 아이들의 옛날 모습이 떠올랐다. 맘에 드는 나무를 찾아 높이 쌓고 상상의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박수를 치고 노래도 불렀는데. 지금은 총싸움 칼싸움은 하진 않는 형님이 되었다. 그래도 행복한 표정은 그대로다.
“얘들아! 이 사진 두 장 봐봐”
“우린 이렇게 컸는데 여긴 그대로예요.”
“작은 강아지만 지나가도 기겁을 했었는데, 이젠 우리가 개를 키우고요.”
“7년이나 지났는데 웃는 모습은 그대로다.”
의자 뒤의 이정표, 올라오는 길을 다 가려버린 나뭇잎, 둥근 의자, 햇살...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있는 아이들 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평화롭다. 장소를 닮았다. 자연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