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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첼라 Mar 30. 2017

라트비아 리가 - 대한민국 서울, 편도행 비행기를 타다

3년의 기록이 끝나던 순간

2017년 1월 23일, 

라트비아 리가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숲으로 이루어진 나라, 작고 푸른 나라, 라트비아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3년을 보냈던 곳.

공식 등록된 교민이 단 2명뿐인 곳.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적게 살고 있는 나라 중 한 곳.

소련에서 독립한 후 유럽연합에 속해있지만, 아직까지는 러시아의 색채가 강한 곳.

1년 중 반 이상이 겨울인 곳.

겨울에 오후 3시만 되면 어두워지는 곳.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눈 덮인 풍경이 펼쳐져 있던 겨울 왕국.


어떤 표현으로 내가 살았던 그곳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인에게 너무 낯선 나라인 라트비아에서 3년의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one-way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인생이 꼭 차근차근, 계획한 대로, 논리적으로 흘러간다고 많은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오히려 가끔은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 서둘렀던 일들이 결국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것 같다고.


스물셋, 나는 라트비아에 가기로 결정했다.


3년, 나의 20대 중반을 온전히 라트비아에서 근무하는 사회 초년생으로 보내며 나는 언젠가는 이 시기에 대해 기록하고, 또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사회생활의 첫 스타트를 외국, 그것도 낯설고 낯선 라트비아에서 끊게 되었던 순간

내가 모르던 문화를 접하고 당황했던 순간

월-금 5일간 열심히 일하고 주말만 되면 비행기를 타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러시아, CIS 지역 국가들로 날아가던 순간들.


빛나고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이었다.


23살, 인문학을 전공하고, 라트비아에서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던 졸업생이 

라트비아에서 혼자 울고 웃으며 보냈던 3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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