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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첼라 Mar 31. 2017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비교

나를 괴롭혔던 것들


해외 생활의 장점 중에 하나는, 한국에서 정한 나이 규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이 나이면 취업해야지 

그 나이 됐으면 돈은 이 정도 모아 놔야지 

28살 정도에는 결혼해야지 ~~ 


등등.. 



나는 라트비아에서 3년간 생활할 때 이런 기준에서 자유로웠다. 3년 동안, 해외 생활을 선택하고 인천 공항에서 나왔던 그 순간, 의 나이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라트비아와 주변 나라인 발트 3국에는 내 또래 한국인이 극히 적고 또 다들 해외 생활 중이다 보니, 

한국에서 정한 나이 때로 살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이에는 뭘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나에게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만 쓰면.. 해외 생활이 정말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지만, 

문제는 이렇게 인식 못하고 살던 기준이... 어느 순간 훅 - 다가오면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었다. 


해외 생활의 장점이, 바로 단점으로 모습을 바꾸고 다가오는 순간들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남자 친구랑 곧 결혼하자는 이야기가 들리면...


'나는 어떡하지? 내가 만약 1,2년 뒤 돌아가면 그때 내 주변은 다 결혼했는데 나만 연애도 못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시작해서....



나도 그냥 한국에서 쭉 자리 잡을걸 그랬나. 왜 나는 해외에 나와서 장거리 연애만 하고 헤어지고 

이러다가 한국에 들어가서 직장도 못 구하고 연애도 못하고 그래서 결혼도 못하면 어떡하나 

가장 즐겁고 빛날 시기에 왜 나는 해외 나와서 맨날 혼자 있고 외롭게 지내야 하나 

여기 해외에서 이렇게 보낸 시간이 한국 가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줄까? 오히려 한국에서 쭉 있었던 친구들보다 더 자리잡기 힘든 건 아닐까?


등등..


친구들은 점점 더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인맥도 넓어지는데! 나는 오히려 해외 나와서 연락이 뜸해져 점점 인맥도 좁아지고! 


정말 답 없는 신세 한탄 + 걱정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누가 등 떠밀어서 나온 것도 아닌데, 내가 당시 해외에 있는 것에 대한 원망까지 더해서. 



'늘 남들 기준대로 살지 말아야지, 괜히 그런 기준 때문에 조급하게 선택했다가 후회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남들 기준을 못 맞추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정말 조급해지고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무것에도 메여있지 않을 때, 이때 아니면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나온 해외인데 

생각보다 나는 많은 것에 메여있었다.



'아니야 그래도 나는 아직 어려. 

나중에는 남들이 못해본 경험을 해본 게 뿌듯할 거야.

원했던 기간을 다 채우고 돌아가도 하나도 늦지 않았을 거야. '


라고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걱정이 한번 시작되면 계속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들었었다. 



또 서글픈 것은, 


나는 정말 이 곳에서 '아 얼른 나도 가서 같이 어울리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돌아갈 때쯤 되면 내 주변 사람들은 이미 nex step으로 넘어가 버려서

나는 2단계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은 3단계의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나를 쓸쓸하게 했다.


해외 생활에서의 단점은


내가 정말 그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고, 해외 생활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성인이 되고부터는 쭉 혼자 살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문득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정말 한없이. 느끼게 되고, 고민이 생기면 정말 한없이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싱숭생숭한 마음에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주절주절 카톡을 남겨놓고 자면 늘 아침에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야 ㅋㅋ 뭐야 지금 봤어 ㅋㅋ 우리 아직 어려!


라고 답장이 와 있었다. 이런 점들도 가끔 참 서러웠는... 내가 기분이 울적하거나 고민이 많아질 때, 친구들과 '같은 시간대'에 함께 할 수가 없었다. 밤새 그냥 혼자 착잡해하고 스트레스받다가, 친구들이 답장이 온 다음날 아침이면 이미 그 화제는 지나간 화제가 되어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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