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팁
해외 생활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어떻게 보면, 참 감사한 일인데
막상 해외에 나와서 지내다 보면 그렇게 힘들고 외롭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나와서 고생하나... 싶다.
해외 생활이 힘든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정적이라는 것이 힘들었다.
나는 활발한 성격이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자극받으며 느끼는 스트레스도 즐기는 편인데
라트비아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평온했다.
특히나 나는 대도시 중 대도시인 서울에서 이 작은 나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온 후에.. 너무 조용하고 정적인 삶에 처음엔 우울했다. 영국에서 놀러 온 선배가 리가에 처음 와서 '유령 도시니..?'라고 했던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한국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 그런지 한국 밖을 벗어나면 참 외국인들은 여유롭게 산다고 느낄 때가 많다. 특히나 그 외국이 유럽이라면.. 그것도 유럽의 작은 나라라면 더더욱! 이 여유는 참 좋은 것이지만 때때로 나에게는 권태로움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출국 2달 정도 되었을까..? 나는 그때부터 매달 해외여행을 나갔다.
유럽은 워낙 저가 항공이 잘 되어 있고 유럽 내를 여행하는 건 입/출국 검사도 없으므로 최적의 환경이었다.
꼭 '여행' 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매달 자기에게 다가올 이벤트를 만드는 거다.
나는 매달 나에게 다가올 이벤트로,
1) 유럽 대 도시에서 받는 자극
2) 유럽 다른 나라에 사는 지인 만나러 가기
3) 정말 낯선 곳으로 가보기
등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준비했다.
'선배는 해외 생활 어떻게 버텼어요...?'
라는 후배들의 질문에 나는 늘 '다음 달에 다가올 이벤트를 만들어서 이번 달을 버텨.'라고 말해준다.
너무 단기적 처방인 것 같지만 그렇게 한 달 한 달을 버티다 보면 기간이 훅 쌓인다.
그리고 꽤나 효과가 있다.
실제로 난 그 방법으로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여러 번 이겨냈다.
한국행 비행기가 타고 싶지만...
담주에 파리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거나....
이번 겨울에 다 정리하고 한국 가고 싶지만..
가족들이 날 보러 겨울에 나온다거나...
하는 이벤트들 덕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을 넘기면 신기하게 또 지낼만했다.
어떤 나라에서 해외 생활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뉴욕 도쿄 런던 같은 대도시가 아니고서야. 그리고 특히나 삶의 질로 유명한 (?) 캐나다, 유럽에서 산다면 한국에서의 삶만큼 다이내믹하거나 계속해서 자극받기가 어렵다. 한국은 스웨덴에서의 삶을 동경하지만 내 스웨덴 친구들은 늘 '한국 최고야. 스웨덴 지루해' 라며 아직도 한국에서의 짧았던 순간을 곱씹는다. 한국은 재밌는 지옥이라고 하고, 유럽은 지루한 천국이라는 말도 있던데.. 깊이 공감하는 바...
지루한 천국에 살면서 너무 down 되지 않도록 본인에게 계속해서 이벤트를 선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