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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Mar 07. 2023

돌고돌아 컨설팅 사람

[커리어, 그 전에 내 이야기]

2018년 첫직장에서 고민하던 나는(?) 여전히 같은 고민 중 ..

저는 경영컨설턴트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흔하디 흔한 알바 한번을 안해봤어요. 해봤다고 하면, 교내근로같은 일을 해봤다고 해야할까요. 집안이 조금은 어렵다는 이유로 교내근로를 하거나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들로 알바를 안할 수 있던 환경이 자주 열렸어요. 그러다보니 사회에 대한 무지함은 남들보다 컸던 것 같아요. 돈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취업도 남의 이야기처럼 살았죠. 운이 좋았던건 마침 관심가졌던 경영과 기획파트의 지식이 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처럼 비춰졌고 그렇게 입사까지 하게 되었으니까요. 첫 직장은 대기업에 속했던 자회사였지만, 사업성이 없어서 한 팀장이 들고 나온 사업체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사실상 스타트업이었죠. 비즈니스모델도 이제 세웠고 그런 상황에 컨설팅을 저는 해야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주먹구구식은 아니었어요. 시작부터 많은 대표님들이 찾던 컨설팅 회사였던 만큼 컨설턴트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과 고객에게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는 꽤 훌륭했거든요. (지금은 꽤 유명한 컨설팅 회사로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배웠어요. 다들 너무 나이스한 사람들이었고 감정적인 피드백과 행동보다는 인간적으로 성숙한 방법들로 피드백하기를 택하고 이미 모두 코칭에 특화된 리더들이었기에 그런 온실속에 화초처럼 저는 성장했습니다. 


배불러서 건방져진채로 그렇게 퇴사를 했었는데요. 컨설턴트가 인하우스에 들어가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할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시스템이 너무나 다르더라고요. 섣불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기획보다 중요한건 그 다음 단계 '지속'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 같은 문제였어요. 큰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큰 그림을 이루기 위한 세부단계를 만들고 연결 관계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될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 것을 그제서야 배운거죠. 그렇게 두번째 회사와 세번째 회사를 경험하고나니 컨설턴트 출신인 스스로도 컨설턴트 출신의 지원서가 들어오면 경계하게 되었어요. 참 웃기는 일입니다. 


그렇게 현재 회사를 입사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팀장님이 인하우스 경험이 없는 컨설턴트라는건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어쩐지, 면접 때 제가 컨설턴트라는 이력을 굉장히 좋아하시는거에요. 물론 이제는 인하우스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몇 회사에서는 긍정적으로 봐주기도 하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비하인드는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입사한 첫날 숨이 막히는거에요. 팀장님이 딱 이렇게 말하셨어요. "서로 컨설턴트 출신이었으니 그 방식으로 일해봅시다. 그게 서로가 편하겠죠?" (아뇨!! 저는 아닌데요!! 이제제는 다 잊었다고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어요. ) 제가 컨설턴트로 일할 때 사실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체력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업무적 스트레스도 굉장히 컸어요. 물론 성향적으로 책임감에 힘들어하는 성향이기도 하지만 컨설팅회사의 업무강도는 악명높은만큼 실제로도 놀랍습니다.. 


컨설턴트 - 인하우스 마케터 - 인하우스 조직문화/인사 담당자 - 인하우스 경영기획(?)담당자 


그런데 오늘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우리 비즈니스 스터디를 좀 하면 좋겠는데, 요즘 어떤 곳에서 인사이트를 좀 얻으세요?" 제가 머리를 띠용하고 맞은 것 같았어요. 인하우스에 들어오면서 아무도 저에게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대해 묻지 않고 그런 생각과 역량을 말하는 것을 조금은 조심스러워하고 기피하기도 했어요. 아는척 한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비즈니스 통찰력이나 사람에 대한 인사이트, 심리 등등 다양한 공부들을 내려놓았어요. 혼자 아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내가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지만, 멀어지니 그 자체로 편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어느 날부터 저는 그런 말을 구구절절하면서 실행없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저는 더더욱 그런 사기꾼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말을 안하니 재미가 없어진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봐요. 뭔가 허세같은 느낌에 더 싫었달까요.. 


이번에 어렵게 회사를 옮겼는데 인사실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안보이더라고요. 경험을 가장 많이 해본 사람이 나라니...(?), 이런걸 기대하고 온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여기에 안주하고 있는 제 자신이 보이더라고요. 사실 운영은 어렵지만, 한번 해보고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요. 그 디테일에 차이가 있겠지만요. 기획은 방향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기획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통찰력' '새로움'에 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돌고돌아 다시 컨설팅 사람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일의 형태가 어떻든 그게 무슨 문제일까요. 그저 일, 사람 두가지가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들면 되죠. 컨설팅의 기본은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는데 그렇다면 저는 여전히 컨설팅 인간이겠어요. 이번 기회에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기획력을 조금 더 높여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컨설턴트에 대한 한계를 또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가끔은 다시 원래 있던 업계로 돌아가는 상상도 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입사 4일차에요. 

조금만 더 이르자면, 입사하자마자 평가세팅 시작...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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