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천진난만, 그 중간에 머무는 사람.
데이지를 처음 만난 것은 대구 교회 어딘가에서다. 사실 교회에서는 그닥 친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내실이 단단한 사람이라는 인상만으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 미대생이었던 데이지는 검은 옷을 자주 입었고, 남들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딱히 열성으로 관계맺지는 않지만 주변은 끊임없이 데이지를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귀찮았던걸지도 모르겠다.
5년만에 다시 만난 데이지는 삶의 열심과 인간혐오를 가득 안고 있었다. 인간혐오를 가졌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사람을 진심으로 품어내는 품이 따뜻했고 눈빛은 사랑을 담아내었다. 그리고 유쾌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날때면 자주 웃었고 자주 “내 남자친구가 데이지같은 사람이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데이지라는 꽃으로 적고 싶은가보다.
이름 : 데이지
나이 : 31
MBTI : INFP
직업 : 퇴사자
첫만남 : 교회 터줏대감
포지션 : 가상 남자친구
”데이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뭐야?“
“나 진짜 안궁금해”
뜬금없는 대화 속에 데이지는 사실 다 안궁금하다고 말했다. 나로서는 받아드려지지 않아 의아한 표정으로 마주하니 데이지는 그런 내 얼굴을 읽은 듯 외쳤다.
“아니, 이게 그냥 나야! 나는 진짜 남이 안궁금해. 뭐 물론 아무생각없이 저게 뭐지? 라고 말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뭐..그래도 나는 안궁금해. 그래서 아까 다음에 뭐라고 했었지?”
데이지는 안궁금하지만 안부를 종종 묻는다. 안궁금하지만 묻는 데이지의 노력이 아마 사랑의 종류가 아닐까. 안궁금하다고 하지만, 그런 것치고 데이지는 꽤 주변 사람에게 진심이고 새벽까지 남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종종 남들의 삶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렇다고 뜬금없니 답을 안해줄 사람한테 물을수는 없고 왠지 이런 생각을 자주 할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그게 마침 데이지였다.
“데이지 왜 살아?”
“음..안그래도 최근에 생각해봤거든?
나는 사실 고등학교때까지는 언제 죽을지 궁금해서 살았어. 남들이 이런 이유때문에 살아. 라고 하는 말들이 난 안와닿더라고. 딱히 적성에 뭔가 맞았던 것도 아니고, 연애의 열정이나 나에 대한 큰 관심도 없었단 말이지. 근데 내가 크리스천이잖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엄청 위대한 신이라는 존재가 나를 만들었는데, 그럼 만들었을 때 분명히 중요한 이유가 있을거라는 그런 생각과, 신이 만든 존재라는 사실만으로 살아갈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
”나는 논리적인 동기부여가 나한테 와닿지 않아. 너가 지금 미래를 준비해야 잘 살 수 있어 이런 말은 안 와닿더라고. 근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잖아. 그래서 이 사람한테 더 잘해주고 같이 잘 살고 싶어졌어. 누군가 조금 일찍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잘 살아야해 라고 말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네.. “
이 사람은 정말 희대의 로맨티스트다. 사람을 혐오하다가도 사랑해서 잘 살고 싶다는 사람. 나로서는 와전한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제는 잘 살고 싶다는 데이지의 에너지가 좋았다.
“내가 다치는 것은 괜찮은데, 주변은 지키고 싶은거 있잖아.”
총평 ; 희대의 로맨티스트
데이지에게.
희대의 로맨티스트인 데이지를 보다보면, 나는 그렇게 사랑한 적이 있는거 하고 생각해보게 돼. (조금 킹받기도 해) 희생을 감내하는 사랑말이야. 그래서 나는 데이지의 무모함이 좋고 포근함이 좋아. 덕분에 내가 많이 웃어. (생각만해도 웃기다. ) 우리 서울대입구역에서 깔깔 거린거만 생각하면 아마 길 한복판을 채울 수 있을거야?
흠흠. 아무도 가지 않는 무모함을 걸어가기에 어쩌면 데이지에게 훈수두는 사람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글을 쓰면서 들었어. 알아서 자기 길을 잘 찾는 사람인데 말이야. 뒤에서 움츠러들어 남에게 훈수두는 이들보다, 울더라도 저신의 길을 선택하는 데이지의 삶의 방식이 맘에 들어. 진실된 마음으로 주변을 돌보고 자신이 찔리더라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삶 말이야.
아, 그리고 데이지한테 훈수두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데이지가 안바빠보이고 왜 저렇게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나 궁금할수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누구보다 바쁘고 정성스럽게 살아간답니다. 그러니 각자의 삶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