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수줍게 진료실로 들어선 그녀, 나이는 19세.
지난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아 걱정이 된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왔다. 하얗고 너무 말라 쇄골뼈가 도드라지는 그녀를 보고 나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최근에 살이 많이 빠졌나요? 생리가 없어지기 1년 전에는 잘 했나요? 일부러 살을 뺐나요? 아니면 원래 이렇게 마른가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엄마를 바라보았다. 걱정스러운 엄마가 대신 대답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서울에서 지내면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워서 계속 살이 빠졌어요. 이렇게 마르지는 않았었는데, 공부가 힘들어서 잠도 잘 못 자고 이제야 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왔기에 병원에 데리고 왔어요."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은 갔지만, 초음파로 자궁과 난소를 확인해보니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자궁 내막이 두꺼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얇았다. 난소도 난포가 활발하게 보이지 않았다. 설명을 하고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예상대로, 혈액검사 결과 LH(황체화 호르몬)와 FSH(난포자극호르몬) 수치가 매우 낮았고, 여성호르몬과 황체호르몬 수치도 역시 낮았다.
이런 경우는 '시상하부성 무월경'으로 진단된다. 원인은 심한 스트레스, 저체중 및 영양 결핍, 과도한 운동 등이 있다.
오늘 진료실에 온 그녀는 키가 165cm가 넘지만, 몸무게는 40kg도 나가지 않았다. 서울 생활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저체중이 시상하부성 무월경을 초래한 것으로 보였다.
이런 시상하부성 무월경을 치료하려면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그녀와 엄마에게 체중을 정상 범위로 회복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영양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리치료나 스트레스 관리 기법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도록 권장했다.
생리 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경구피임약이나 호르몬 대체 요법을 처방할 수 있지만, 나는 먼저 건강한 생활을 권했다. 대신,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인한 뼈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칼슘과 비타민 D의 충분한 섭취를 강조했다.
"제가 3개월의 시간을 드릴게요. 그동안 체중을 정상으로 만들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리고 3개월 후 다시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그동안 몸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확인해 볼게요. 좋아질 수 있지만, 그 시간 동안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말하며 3개월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무월경의 원인과 치료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무월경이 찾아왔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그녀가 3개월 후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진료실에 오기를 기대한다. 중간에 힘들면 언제든지 내원했으면 좋겠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그녀의 마음속 힘듦도 조금은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