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고 생산성이 낮은 건설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일찍부터 PC, 모듈러 등 ‘공장 제작, 현장 설치’의 OSC(탈현장 건설) 공법 확산에 사활을 걸었다.
싱가포르의 모듈러 공법은 1988년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PC(프래캐스트 콘크리트)에서 시작됐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서울과 비슷한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건설에 필요한 골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말레이시아나 인근 국가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골재를 수입해서 시멘트를 만들어 현장에서 타설하는 것보다는 아예 해외에서 PC를 만들어 운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 PC를 적극 도입했다.
140m, 클레멘트 캐노피 레지던스
초창기 콘크리트를 사용해 저층 위주였던 PPVC는 철재로 바뀌면서 고층화되고 있다. 프랑스 브이그건설의 자회사인 드르가지 싱가포르가 시공한 주거시설 ‘클레멘트 캐노피(2개 동, 505가구)’는 모듈러 건축물로는 40층을 자랑한다.
건물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모든 모듈은 공장에서 조립되었으며, 내부 및 외부 마감 및 피팅(플럼핑, 전기, 타일링, 창문 씰링 등)을 작업장에서 테스트한 후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최적화된 물류 흐름, 그리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골재의 사용으로 혁신적인 방식을 취했다.
출처: 건설경제
192m, 에비뉴사우스 레지던스
초고층 건물은 건설사 ADDP의 ‘에비뉴사우스레지던스’ 프로젝트로, 2023년 초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988세대가 이 빌딩에 입주 가능하다.
아파트에는 주거 공간 외에도 차양스크린, 식물 등으로 가득 찬 ‘하늘 테라스’도 조성될 예정이다. 건물 주변은 공원처럼 조성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ADDP측이 전했다.
출처: ADDP
이 빌딩은 모듈러 공법 중 하나인 ‘PPVC’ 공법을 사용한 주택이다.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등 집에 필요한 설비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건물이 들어설 부지로 옮겨와 레고 블록을 맞추듯이 조립하여 짓는 ‘조립식 주택’이다.
이 초고층 빌딩도 말레이시아의 공장에서 80%가 미리 완성돼 싱가포르로 옮겨진다. 싱가포르에선 만들어진 자재를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조립하면 된다. 먼저 콘크리트로 주조된 자재를 쌓고, 문과 같은 설비는 마지막에 조립된다. ADDP 관계자 마르쿠스 청 투언 한은 “차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건축 산업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모듈러건축의 시사점
싱가포르 국민의 82%가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싱가포르는 공공ㆍ민간 주택 건설 시장의 약 70%를 DfMA(Design for Manufacturing and Assemblyㆍ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PPVC(조립식 사전마감 제작) 등 모듈러 공법 활용을 전제로 토지를 판다. 용적률 상향이나 펀드를 통한 지원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싱가포르는 기후환경적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적어 내진설계 기준이 높지 않고, 따뜻한 날씨로 난방 설비가 불필요해 PC의 경량화가 가능한 것도 모듈러주택의 고층화를 앞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