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비단 미혼의 중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거였을까?
폐경이라는 자연스러운 여성의 신체적 노화의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자, 문득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결혼 하지 않은 노처녀들의 신경질적 태도를 일컫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노총각이라고 예민하지 않다는 것도 아닌데 왜 히스테리라는 말은 유독 여성에게만 붙여졌던 것일까? 과연 이게 정말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인걸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히스테리라는 말은 자궁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에서 유래되어, 정신적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증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마 노처녀 히스테리도 결국, 여성의 신체, 즉 자궁에서 비롯되는 증상들 때문에 생긴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를 자궁의 병이라고 불렀고 플라톤도 자궁을 방치하면 온갖 질환을 일으킨다고 했다는 것을 보면 노처녀 히스테리도 결국엔 여성의 신체적 현상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혹시 이글을 읽는 분 중에 전문가가 있다면 댓글로 더 설명을 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폐경이랑 노처녀 히스테리랑 무슨 상관이야 싶겠지만, 40대말50대초(이하 4말5초) 사람 여자가 꽤나 많은 직장에 다니다 보니 4말5초 사람 여자에게 일어나는 신체적 한계와 직장생활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 내가 폐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 물론 아이를 낳고 싶은 욕구와는 다르게 현실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신체적 노화라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 회사에서 만난 사람 여자 선배들을 보며 폐경이 남의 일이 아닌, 몇 년 후 내가 겪게 될 일이라는 것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게 몇 년 안남았다는 것. 진짜 폐경이 빨리 오는 사람은 45세 전후에도 온다고 하니 말이다)
여자선배A는 분명히 스산하고 선선한 날씨인데도 덥다고 사무실에서 옷을 벗어 제겼고, 여자 선배B는 군것질을 엄청 해서 저렇게 먹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여자선배 C와 D는 무릎이나, 손목, 손가락 관절 등이 아프다며 병원을 오고 가거나 온갖 인체공학적 사무용품을 구매했다. 그리고 불면증, 기분의 등락이 심해진다는 등 여러 증상을 휴게시간에 호소했다. 누군가 장기 병가를 간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어김없이 위의 증상 중 하나였다.
몸이 성치 않으니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몸과 마음이 예민하니,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인과관계였다. 기분의 업다운이 심하기도 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브레인포그 (brainfog) 증상도 있고, 우울감이 든다는 이야기도 종종 한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비단 노처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생애주기를 거치는 모든 여성이라면 폐경이 되기 전인 4-5년 기간 동안 겪게 되는 전형적인 폐경이행기(perimenopause) 증상들이라고 한다. 더불어 실제 폐경을 기점으로 여성의 몸은 180도 변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 수면장애 같은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폐경 전후의 건강관리를 매우 잘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 폐경여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 평균 폐경연령은 49.7세로 통상적으로 48세~52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꾸준히 했다면 약 20-25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으로 가장 농익은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가 폐경기때인거다. 즉, c-level 혹은 임원의 여부가 갈리는 시기 때 (물론 요즘엔 이직도 잦고, c-level의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여성은 신체적 변화도 겪어내야 한다. 회사 생활에 3,6,9년에 위기가 한번씩 찾아온다고 하지만, 생애주기적 차원에서 2030대 사람여자에게는 출산과 육아로 사회생활의 고비가 한번 찾아온다. 그 시기를 잘 거치고 난 다음에 또 한 번의 위기는 신체학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4050대 폐경이행기와 폐경기로 즈음이 사회생활에 또 다른 고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조직의 인사관리 차원에서 4말5초 여자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신경질과 무드의 변화 등은 폐경을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으로 업무와 주변 동료들에게 직간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니, 이에 대한 조직 내 상사와 동료들의 포용성이 인사 관리 적 차원의 코칭이나 상담이 필요한 부분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