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 귀여운 회사 후배 동료가 생겼다.
어렸을 적부터 ‘막내’에 익숙했던 내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보다 나이어린동료, 후배 동료 등들이 생기면서 ‘막내’가 아닌 자리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이 어린 동료, 후배 동료 다 비슷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구분하는 바는 아주 약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나이어린동료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하였지만 나보다 나이가 적지만 조직 내 경력(연차)은 비슷한 동료를 일컫고, 후배 동료는 나이도 어리고, 입사 시기도 나보다 늦어 조직 경력(연차)도 차이가 나는 동료이다.
굳이 ‘동료’라는 명사를 같이 붙이는 건, 국어사전의 정의처럼 ‘같은 직장이나 같은 부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통칭해주고 싶어서 인 것 같다. 학교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학교 후배’ 혹은 ‘학교 동기’라고 하듯 말이다.
후배(後輩) 같은 분야에서 자기보다 늦게 종사하게 된 사람. 같은 학교를 나중에 나온 사람.
동료(同僚) 같은 직장이나 같은 부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 직장 동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대학시절 학교생활을 폭넓게 하지 않아서인지, ‘막내’에 익숙한 내게 ‘후배’란 존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삶에 딱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학원에서도 그랬고, 풀타임러 회사생활 초기부터 아래위 5살 정도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수평적 ‘동료’ 관계인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일했던 곳 대부분이, 공채 형태의 채용을 했던 곳들보다는, 직무별/경력별 필요에 따라 채용공고를 내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이불문 내겐 조직 내에서 ‘후배’ 개념 보다는 나이불문 ‘동료’ 개념이 더 강했다. 더불어 국내 조직이 아니었던 경우도 있어, 선후배의 개념이 희미했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도 처음에는 직무별 경력직을 채용했지만, 이제는 조직이 성장하면서 공채 형태의 채용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후배’가 생겼다. 그리고 그 ‘후배’라는 신입직원들의 조직 내 존재감이 작년 조직개편부터 확 와 닿기 시작했다. 우리 팀의 절반 이상이 ‘후배’ 동료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후배 동료들의 존재는 자기 검열을 하게 했다. 혹여나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나이’와 ‘직급’의 의한 나의 평상시 행동들이 흔히 말하는 "꼰대"의 행태 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어, 나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가지려고 애써 노력하는 나를 종종 발견했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후배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일할 확률도 일주일에 50프로이고, 코로나 19로 도시락을 챙겨서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배 동료들과 따로 밥을 먹은 적이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혹여나 밥을 같이 먹다가 "꼰대"짓을 하게 될까 봐 괜한 걱정 때문에 먼저 ‘밥 먹으러 가자’라는 말도 잘 안 했던 것 같다.
업무도 업무지만, 맛있는 점심 먹으면서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가까워지기도 마련인데, 되려 ‘후배 동료’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점심 데이트’를 청하는 일이 ‘나이어린동료’들에게 청하는 것보다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런데 오늘 퇴근 무렵, 귀여운 후배가 내게 A4용지를 내밀고 퇴근 전 내 자리로 와서 종이를 내밀고 간다.
보자마자 ‘피씩’ 웃었다. 이 후배 동료님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갑툭튀 ‘떡볶이 사주기 쿠폰’을 당돌하게 주고 홀연히(엄청 쿨하게!) 퇴근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내심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동시에 내가 먼저 점심 먹자고 청할 걸이라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했다.
나이 들수록 관계의 폭이 한정되는 것 같다.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같은 조직 내 새로 들어온 후배 동료에게 마저도 먼저 다가가지 않는 것을 보면 - 꼰대이고 싶지 않아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자기 방어적 행동인데 - 관계에 대한 노력을 나 스스로도 덜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의식적으로라도, (설령 새로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이 피곤하고, 관계 증진의 노력이 꼭 pay off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너무 잘 알아버렸을지라도) 좋던 안 좋던 오래 보게 될 동료들에게는 조금 더 다가갈 노력도 해야겠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떡볶이 꼭 먹는 나의 취향 저격한 후배 동료님이랑 다음 주에 회사 근처 최애 떡볶이집 같이 가야겠다. 벌써 신남. 룰루랄라
떡볶이 사달라 해서 감사합니다. 꾸우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