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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의지혜 Apr 17. 2021

55세, 일이 없어도 괜찮은 척하는 나이

미국 고령 문제 옹호자 엘리자베스 화이트의 저서

‘나이’에 대한 글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 나는 ‘나이듦,’ ‘고령화’, ‘일자리’ 등에 대한 글을 평소에 많이 접하려고  한다. 해외 미디어 혹은 해당 주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여 해외 전문가들의 생각과 활동 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에는 다우존스의 미디어 그룹 마켓와치(Marketwatch)에 올라온 오피니온 제목이 내 이목을 끌었다.


퇴직금을 건들지 않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퇴직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A powerful way to keep retirees out of poverty is to tackle this workplace problem, and it has nothing to do with retirement accounts.

 * 해당 오피니온은 다음 편 글에 번역본을 올릴 예정이다.      




이 글을 쓴 엘리자베스 화이트(Elizabeth White)는 장노년층이 직면하게 되는 불확실한 일자리 문제와 재정적 불안감 등 고령 문제 해결 옹호자(advocate)이자 「55세, 일이 없어도 괜찮은 척하는 나이 (55, Underemployed and Faking Normal)」라는 책을 저술한 작가이다.     


국내 발간은 안 된 엘리자베스 화이트와 그녀의 저서

엘리자베스는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에서 MBA를 했다. 첫 직장은 (개발협력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소위 중상층이라고 자부하며 수십 년 동안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일해 온 국제개발 전문가였다. 또 한때는 창업가로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에 지점을 둔 홈데코 스토어를 운영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밟고 본인 분야에서 탄탄대로 커리어를 쌓아온 엘리자베스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고 한다. 그녀가 55세가 되었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일이 뚝 끊겼다. 일이 없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항상 누군가가 자기를 불러줬기 때문에) 갑자기 일을 안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랬었기 때문에 일, 달리 말해 수입 없는 생활 혹은 퇴직 이후를 준비하거나 대비한 적이 그때까지 없었다고 한다.

  

처음 몇 달은 괜찮았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달은 ‘괜찮은 척’을 했다고 한다.


한창 돈을 벌 때 친구들과 평상시에 가던 식당에라도 가면, 한잔에 만원도 넘는 하우스 와인 한잔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던 때와 달리 물이면 된다고 해야 했고, 밥을 먹고 디저트를 먹자고 하면, ‘얼마를 더 내야 되는지’ 머릿속에서 재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불편한 자기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통장 잔고는 바닥났지만, 경제적 여유가 곧 성공의 척도인 시대 – 생활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곧 ‘실패자’이고,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를 나왔는데도 와인 한잔에 벌벌 떨고, 전기 값을 걱정해야 할 만큼 ‘빈털터리’가 된다는 것은 그냥 실패자도 아닌, 대실패자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한다.


중상층이라고 자부했던 나에게 일어난 이런 상황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 중상층 가족의 월평균 저축액이 400불도 안된다고 했을 때, 퇴직했을 때 이 사람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의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회적 평가가 두려워 대부분 괜찮은 척한다고 한다. 정말 그 사람들은 괜찮을까?


1950년대에 사회보장연금제가 도입되었을 때는 기대수명이 60대였으나, 60 즈음에 퇴직하면 5-6년 연금을 받겠지 생각했던 적과 달리 요즘은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이제는 80대가 되었다.  50세, 55세, 60세에 퇴직을 하고도 20-30년은 족히 더 살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때 아무리 잘 나갔더라도 자기한테 주어지는 일의 수준(즉, 페이의 수준)은 떨어진다.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55세 이후 겪은 구직의 어려움, 그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재정적 어려움과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의 경험을 TeDEX에서 2017년 풀어냈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자기의 경험을 공유하고, 자기와 같이 고령자들의 구직 활동과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55세, 생각보다 괜찮은 일자리가 없는 나이.

당신은 경제적으로 힘든데, 혹시 괜찮은 하고 있지는 않나요?


https://youtu.be/hFpQ5N_tt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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