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 '관리자'로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
게임 업계에서 ‘매니지먼트’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막상 정의하려고 하면 어딘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팀원이 늘고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개발자가 어느 순간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는 시점부터 어색함이 시작된다.
이번 GDC 2025에서는 42 Games에서 애니메이터이자 팀 리더로 활동 중인 ‘마크(Mark)’ 연사의 발표가 인상 깊었다. 게임 업계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흔히 생기는 오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마음이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_4h5kUrYezQ&t=3s
마크는 게임 업계의 매니지먼트 문화가 아직 영화나 소프트웨어 산업처럼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기보다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라고 말한다. 정답이 없는 환경 속에서, 관리자가 무엇보다 유연하고 열린 태도로 팀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관리도 잘할 것이다”라는 흔한 착각을 지적한다. 뛰어난 개발자, 아티스트, 기획자가 별다른 준비 없이 관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력과 리더십은 전혀 다른 종류의 역량이라는 점에서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 간극은 팀 전체의 방향성과 안정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마크는 발표 중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게임 업계의 현실을 조명했는데, 전체 중간 관리자 중 47%가 번아웃이나 스트레스를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빠른 속도와 강한 피드백 문화가 특징인 게임 업계에서는, 관리자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할 경우 팀의 분위기와 몰입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관리자’라는 역할은 단순히 실무 경험의 연장선이 아니라, 전혀 다른 준비와 성장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마크는 발표 내내 한 가지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Communication is management.”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진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진짜 관리자라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 또한 강조한다:
팀원과 일상적인 감정을 나누는 것
문제가 커지기 전에, 불만이 생기기 전에 미묘한 신호를 읽을 수 있는 대화 환경을 만드는 것
실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피드백이 오가는 문화를 만드는 것
이런 일상 속의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팀 안에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결국,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이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인 것이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매니지먼트 팁을 넘어, 팀과 동료,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일’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관점이 왜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됐다.
1. 관리자의 역할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사람’
업무를 할당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큼, 팀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자는 정답을 쥔 사람이 아니라, 질문과 대화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을 여는 사람이다.
2. 심리적 번아웃은 리더부터 시작된다
팀의 에너지가 떨어진 상황이라면, 그 원인은 리더의 상태에서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관리자의 감정은 팀 전체에 빠르게, 그리고 깊게 퍼진다. 자신을 잘 돌보는 리더가 결국 건강한 팀을 만든다.
3. ‘관리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혼자 잘하던 개인이 리더가 되는 순간, 전혀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 기술과 리더십은 완전히 다른 역량이며, 그 전환을 돕는 학습과 준비가 업계 전반에 더 많이 자리 잡아야 한다.
관리자의 역할은 팀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지지하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팀에서 나오고, 좋은 팀은 건강한 관계와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제는 게임 업계에서도 ‘관리’라는 단어를 좀 더 사람 중심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책임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만드는 건 게임이지만,
그 게임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