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조각들이 모여서 내가 된다
나는 섬유공예를 전공한 작가이자 디자이너다.
가끔 나 스스로를 작가라고 지칭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내가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 위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라는 단어가 나를 가잘 잘 표현해 준다고 생각한다.
학부생 때 세부전공을 선택하면서 4개 전공 중에 도저히 못하겠다 싶은 것들을 제외하고 나니 섬유공예와 금속공예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섬유공예가 내 평생의 직업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미대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용돈이랑 재료비를 벌어보려고 미술학원 강사도 해보고, 전공 교수님께서 만드신 브랜드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다.
사실 그때 했던 일들을 지금 생각해 보면, 간단한 작업들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작년에 진행했던 텀블벅에서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학교에 계속 남고 싶어서 가방끈을 늘려봤는데, 석사청구전 주제를 정하면서 계속 반복되는 나의 선택에 다시금 놀랐다. 학부 졸업작품도 전통을 주제로 작업해서 조각조각냈던 것 같은데 석사청구전도 결국 경복궁 무늬를 조각조각 이어서 작업을 했다.
학부를 다닐 때는 금속이 더 재미있었는데, 어쩌다가 섬유공예로 석사까지 공부하게 됐을까...
공부를 할 때는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학원도 졸업하고 나니 앞으로의 "나"에 대한 걱정이 생겼던 것 같다.
남들처럼 직장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작품을 만든 것도 아니고 나이만 먹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30대가 되면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근 3년간은 번아웃이 왔던 게 아닐까 싶다.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몸도 많이 아팠고,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
작년부터 아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니까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공모도 몇 개 지원해 보고, 플리마켓도 하고, 텀블벅도 해보고 공예센터에 강의도 나갔지만 금전적으로는 크게 유의미한 성적이 나진 않았다.
나는 요즘 친구들에게 자주 "아 나 아무것도 안 해... 나는 잘 모르겠어" 식으로 많이 말했는데
한 친구가 그래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너 아무것도 안 한 거 아니라고 얘기해 줘서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작업을 시작할 때 주제나 모티브를 정해둬야 진행이 되는 타입인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이 모두 전통에 기반한 작업인 경우가 많다. 한 번은 너무 한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방향을 바꿔볼까 했지만 결국은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게된 계기도 올해는 작업도 좀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내 생각과 기분들, 경험의 조각들을 한 곳에 모아둬야 작은 것으로나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