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여행을 가게 된 이유
2월에 갑자기 도쿄행 비행기표를 샀다.
전부터 일본 여행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요즘 돈도 돈이고 계획상으로는 일정도 빠듯해 보여서 고민만 하고 있던 차에 도쿄에 있는 친구가 숙소를 제공해 주겠다고 해서 친구 일정에 맞춰서 비행기표를 우선 예매했다.
비행기표 검색하면서 엄마한테
"엄마 나 일본 여행 가도 될까?" 했더니 흔쾌히 갔다 오라고 하셔서
(물론 다 내가 부담하는 거지만 그 당시 내 멘털은 어딘가에 의탁해서 결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간 맞는 거 그냥 결제했더니 아시아나 항공이었고 다른 저가 항공사보다는 10만 원 정도 비쌌지만
숙소비가 굳었으니까 얼른 샀다.
결제하면서 "돈도 없는 게..."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는데
축의금이나 부의금 용도로 만들어뒀던 비상금 계좌를 털어서 여행을 갔다.
2월까지 나는 백신을 2차까지만 맞은 상태였는데, 알아보니 일본은 3차까지 맞거나 출국 전 72시간 이내 검사결과 증명서를 내야 한다기에 다음 날인가 바로 주사를 맞고 왔다.
2차를 맞고 숨이 차고 식은땀이 계속 나고, 열도 올라서 2주는 고생했었는데 3차는 이틀 팔이 뻐근하더니 괜찮아져서 다행이었다.
TMI지만, 내 MBTI는 ENTJ인데, 웬만한 계획은 정확하게 짜두는 걸 선호하는데 뭔가 여행 계획 세우기는 게을러져서 출국하는 주까지도 제대로 정한 게 없었다.
도쿄? 음 디즈니랜드? 쇼핑...? 이러고 일단 친구만 믿고 백신 접종만 한 상태로 3월이 왔다.
3월 계획은 원래 거창한 게 많았는데, 내 멘털이 복구가 안되고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여행일이 다가오더라...
사실 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작년부터 내가 무기력증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온 것들이 내가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들었고,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들이 나를 더욱 우울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다.
그리고 일을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계좌의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볼 때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계속 나를 탓하기만 했던 것 같다.
이게 번아웃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대학원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정말 번아웃 증후군이 왔던 것 같다.
학교에 가는 게 숨이 막히고, 지하철에서 뜬금없이 눈물이 나고...
사람 만나는 게 무섭고 핸드폰 진동만 울려도 긴장되고...
그때도 1년 반을 쉬었는데, 내가 또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쉬고 있다니...
다른 친구들은 몇 걸을 앞서 나갔는데, 나 혼자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고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고...
그래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온 지금은 상황이 바뀐 것은 없는데 조금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조급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