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로 이주한 건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였다. 두 아이의 현지 적응도 쉽지 않았고, 마치 한국의 수능처럼 느껴지는 PSLE라는 시험은 우리 가족 모두를 긴장시켰다. 이곳에서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그 고민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내게 질문처럼 따라붙었다.
여기 현지엔 나에게는 특별한 인맥이 없었다. 결국 남편 주변의 관계를 통해 몇몇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선의로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중 일부는 조용히, 아주 교묘하게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목적이 분명하면서도 겉으론 친절한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나를 깊은 혼란에 빠뜨렸다.
상하이에서 대기업에 다닐 때나, 개인 비즈니스를 할 때만 해도 나는 사람들의 인성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내 주변엔 비교적 바른 사람들만 있었고, 세상이 험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싱가포르에서 시장처럼 거칠게 굴러온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나는 방어할 줄 몰랐다. 순진함이 약점이 된다는 걸 그제서야 뼈저리게 알았다.
한국의 어느 인심 좋은 회사와 함께 현지 자선단체에 의료 설비를 지원한 적도 있다. 선한 마음에서 한 일이었지만, 지금쯤 그 장비들이 자선단체의 비품 목록에조차 남아 있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일로 나는 비즈니스 세계의 또 다른 단면, ‘새로운 방식’이라는 걸 배웠다. 그 방식이 정당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전략이라는 건 분명했다.
법이 엄격하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더 깊이 파헤쳐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