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문이 열린다는 매년 그달 ,
나는 처음으로 '믿음'과 '미신' 사이에서 흔들렸다.
어릴 적부터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가끔 보았고,
가끔은 예지몽도 꾸었다.
하지만 귀신이나 영혼 같은 존재를 진지하게 믿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신경 쓰지 말자'는 식이었다.
2018년 7월,
중국에서는 음력 7월을 ‘귀신의 달’이라 부른다.
그 달에는 이사도 하지 말고, 밤에 외출도 삼가라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사람들은 사 거리에서 종이돈(진짜 화페는 아님)을 태워 저승에 있는 조상들에게 보낸다.
그리고 늘 이해할 수 없었던 한 장면—
사거리 가장자리에 흰 분필로 동그랗게 그려진 원 안에 재가루가 뿌려져 있는 모습.
나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아이들에겐 꼭 주의를 줬다.
“재 위로는 절대 밟지 마.”
그런데 그날, 개구쟁이 둘째가 일부러 재를 밟고 뛰어다녔다.
“하지 말랬지!”
나는 길 한복판에서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
그날 밤, 아이는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에 시달렸다.
해열제를 먹이고 아이스팩을 대자 잠시 열이 내렸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이 올랐다.
밤새 뜬눈으로 간호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를 업고 상하이에서 가장 큰 아동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단순 감기라고 했다.
그리고 약을 20만 원어치 처방해줬다.
하지만 밤이 되자 다시 고열.
이틀 밤을 잠 못 이루고 지새운 뒤,
나는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그 친구가 급히 아동 전문 교수의 진료를 예약해주었다.
“병독성 감기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약을 먹였나요?”
나는 첫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내밀었다.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약들 말고, 이 알약만 하루 세 번 먹이세요.
열이 나면 해열제는 계속 써도 됩니다.”
그렇게 받은 약은,
가격이 고작 한국돈으로천 원도 안 되는 작은 약봉지였다.
그날 밤, 아이는 땀에 흠뻑 젖어 푹 잠들었다.
나는 아이의 체온을 재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도 쓰러지듯 잠들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정오 하늘 위에 걸려 있을 때 눈을 떴다.
그러고 보니,
전날이 귀문이 닫히는 날이었다.
그 후로 우리 아이들은 길에 재를 보면 무조건 피해 다녔다.
싱가포르에 이사 오고 나서는
가끔 HDB 주택가 근처에서
빈 기름통에 종이돈을 태우는 풍경을 마주친다.
그 장면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콘도에서는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콘도에 사는 사람들은 귀신을 믿지 않는 걸까?
아니면,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조심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