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Note 그건 책이 아니였다.

붉은 노트, 붉은 마음

by 지로 Giro

싱가포르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고요한 이방인이었다.

햇살은 낯설게 눈부셨고, 습한 공기는 마음 한구석까지 젖게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버스를 타고, 문구점에서 연필을 고르던 날, 나는 결심했다.

이 낯선 땅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로 위로받게 하자.


그렇게 꺼낸 것이 Red Note.

빨간 표지의 평범한 공책 한 권 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매체에다 글을 쓰는 거였다.하지만 그 안엔 내 지난 삶의 조각들이 담겼고, 두 아이를 키우며 터득한 온갖 정보가 꾹꾹 눌러 적혔다.학원을 고르는 기준, 영어 어휘를 외우는 비결, 과학 실험 키트 추천부터 중국어를 처음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발음 팁, 영국 문학의 숨은 명작들까지—

그리고 음악.바이올린 케이스를 매고 울던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깨달은 레슨 의 어려운점 ,피아노 콩쿨 전날 밤, 손을 따뜻하게 감싸던 나의 기도.


그 모든 것이 쌓여 어느새

2200명의 찐팬이라는 말이 붙었고,

12000번의 공감이라는 숫자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중 600명의 엄마.

이름 모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이

나의 노트를 통해 안심하고, 용기를 내고, 때론 눈물 흘리며 길을 찾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아니었다면, 누가 저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까.

누가 밤을 새워가며 입시자료를 정리하고,

누가 좌절한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적어줄 수 있었을까.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나는 참 대견하다.


그 붉은 노트는 이제 낡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첫 장을 넘긴 그날의 나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오늘도 나는 나한테 자문을 해오는 학 부모 한테 기꺼이 내 시간을 내드린다.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없어야 집안이 행복하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온실 속 화초였던 나, 그리고 배신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