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였던 나, 그리고 배신의 계절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다.

by 지로 Giro



비즈니스는 숫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만든 관계 위에 시간과 신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성이 겹겹이 쌓여야 비로소 움직인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 믿음 위에 1년이라는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새 사업을 구상하고, 협력할 사람들을 모으고,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동분서주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나는 사람에게 실망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면, 언젠가 그것이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나를 오래도록 신뢰하던 병원장 이 소개해준 사업가 친구, 그리고 그가 소개해준 싱가포르 파트너.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협업에서 제외시켰다.

정확히 말하면, 조용히 그리고 완벽하게 나를 지워버렸다.


지난해 12월, 서울 출장길에 오르기 전 나는 수차례 일정을 확인했다. 함께 하기로 한 사업 파트너들과 수차례 화상 회의를 거쳤고, 우리는 협력의 방식과 지분에 대한 논의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서울에 먼저 도착해 싱가포르에서 오는 그들을 위해 리무진을 준비했고, 첫날 저녁엔 정성스레 고른 한식당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건넨 건, 확신과 약속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다음 날부터 소개한 여러 업체들과의 미팅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내가 애써 만든 길 위를 그들은 무리 없이 걸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셋째 날 밤,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음 날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그리고 조용히 떠났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그들이 내게 원한 건, 정보와 인맥, 그리고 입구까지의 길이었을 뿐, 함께 걷고자 했던 동행은 아니었음을.


이후로 나는 한동안 무너졌다. 마음이 병들고, 몸이 뒤따라 아팠다. 내가 쏟은 시간과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자리에 깊은 허무와 상처가 남았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업체를 연결 해준 친한 지인한테는 너무나 미안했다. 무한 신뢰 할수있는 친한 지인은 내가 부탁하면 없는 시간을 쪼개서 라도 나를 돕는 분이 셨다. 그래서 그 미안함이 나를 더 괴롭히고 있었다.


얼마 전, 기술총괄 부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왜 미팅에 안 보이십니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했고, 미안함이 묻어났다. “요즘 해외 세미나 일정이 많아 신경을 못 써서 죄송합니다. 오늘 싱가포르에서 손님이 오셨어요. 대표님이 안 보이시기에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들이 아직도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이가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했고, 동시에 다시 찔러오는 상처에 숨이 막혔다. 아물었다고 믿었던 마음은, 사실 나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조건이 맞지 않아 협업이 무산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중간에서 조용히 누군가를 배제하고, 이용한 뒤에 등을 돌리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잔인함이다. 나는 그런 세계를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온실 속 화초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 곁에서 따뜻한 신뢰를 경험하며 살아왔다.


이제 나는 배신을 배웠다.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신뢰는 말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진심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고 해서 나는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다.

상처는 아프지만, 그것은 내가 사람을 믿고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진심은 닿는다고 믿는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다.

언젠가 다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따뜻한 신뢰 위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큰 일을 이루기전 꼭 이러한 아픔이 있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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