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쟁이 오빠

by 지로 Giro


서울에 오빠가 산다.

몇십 년 동안, 내가 한국에 갈 때면 어김없이 얼굴을 마주했고, 그럴 때마다 밥값은 늘 내가 냈다. 처음엔 오랜만의 만남이 반가워 아무렇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씁쓸함이 입가에 맴돌았다.


작년, 마지막으로 본 그 날, 오빠는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를 사줬다.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쓴 듯한 말투로.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아직도 싱글인 오빠에게 돈이 없을 리는 없었다. 그건 습관이자 철학이었다. ‘각자 계산’, ‘사적인 감정 개입 없음’ — 오빠는 늘 계산이 정확한 사람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출장차 한국에 가도, 서울에 머물러도.

누군가는 속이 좁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쪽만 주는 관계는 결국 지치게 마련이다. 오빠와의 관계도, 마치 셀프서비스처럼 익숙했지만, 끝내 피로했다.


그는 아직도 싱글이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빠가 정말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깍쟁이 철학 때문에 결국 아무도 곁에 남지 않게 된 건 아닐까.


우리 사이엔 아직 인연이라는 끈이 남아있을까.

혹시, 언젠가 그가 아메리카노 대신 밥 한 끼를 사주며 말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참 고마웠다”고.


그날이 온다면, 나도 아마 웃으며 말할 것이다.

“이제야 우리, 제대로 된 오누이가 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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