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와 의리 사이, 내가 배운 것들

상하이에서 보낸 회사 생활 한 페이지

by 지로 Giro




상하이.

반짝이는 도시의 속도에 나 자신도 함께 휘말리던 시절이었다.

나는 영국계 부동산 관리회사에 다녔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기업이었다.


놀랍게도 상하이 중심의 알짜배기 부동산 중 상당수는 천주교 단체가 소유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협상하고 계약을 이끌어내는 일을 했다. 어느 날, 내 윗선이 수차례 시도하고 실패한 큰 계약을 내가 마무리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발로 뛰고,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 계약의 성과금을 내 상사가 상당 부분 가져갔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실무보다 ‘윗선과의 관계’에 더 능한 사람이었다.


그땐 참을 수 없을 만큼 억울했다.

왜 노력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가, 왜 회사는 그런 사람을 더 중히 여기는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는 위의 사람들에게는 유순하고, 아래 사람들에게는 자기 방어에 능한, 조직 내에서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즈음, 나를 일본은행에서 이 회사로 스카우트했던 캐나다계 유능한 CEO가 있었다. 그는 내 진심을 이해해준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어느 날, 그는 내부의 미묘한 기류 속에서 조용히 밀려났다. 회의하러 나간채로 회사에서 잘렸다.


그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명함장과 개인 물건, 혹시 전해줄 수 있겠나?”

나는 그가 남긴 사적인 물건들을 조용히 챙겨, 위험을 무릅쓰고 전달했다.

그것이 인간적인 예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서로의 눈치를 보는 침묵 속에서, 나는 조용히 사표를 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때의 나는 분명 패기가 있었고, 일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회라는 무대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세상과 조금 더 유연하게, 때로는 침묵과 거리두기도 지혜였다는 걸 나는 몰랐다.


내가 잘했던 건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다루는 ‘온도’는 너무 낮았다.

그래서 더 많이 부딪히고, 더 자주 상처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고, 불합리한 상황에도 주눅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의리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준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조금 더 지혜로워졌다고 믿는다.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나답게 만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