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랑, 나의 이해
한때 나는 이민호의 열혈 팬을 위해
중국어로 된 손편지를 한국어로 번역해주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내가 그토록 정성껏 그의 말을 옮겼는지,
왜 그녀의 부탁을 마치 내 일처럼 받아들였는지.
가끔은 문장을 번역하다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그의 말투가 너무 다정하거나,
내용이 민망할 정도로 팬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모니터 앞에서 혼자 웃고, 혼자 부끄러워했다.
이게 정말 내 일인가 싶은 마음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나도 고가의 미술품이나 악기,
반 고흐의 스케치 한 장이나 카라얀의 지휘 영상 한 편에
가슴이 설레는 사람이니까.
그녀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아꼈다.
프랑스로 출국하는 배우를 따라가라며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을 사주었고,
스타에게 선물할 명품 지갑 하나쯤은
별 말 없이 건네주었다.
그녀는 가정주부였다.
그러니 그 모든 비용은 아마도 남편의 월급 일부였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것을 향한 마음만큼은 닮아 있었다.
만약 누군가 내게
“당신은 누구의 팬입니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반 고흐요. 그리고 카라얀.”
그들의 흔적을 좇으며 살아온 내 인생.
그녀의 팬심과 내 애정의 방향은 달랐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빛에 이끌려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