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길

by 지로 Giro



그날도 그녀는 혼자 밥을 먹었다.
들어선 식당엔 따뜻한 불빛과 고소한 향기가 맴돌았지만, 그녀의 자리엔 휴대폰 화면의 침묵만이 함께했다.
그는 끝내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해하려 했다. 바쁠 수도 있고, 무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시간을 낸다. 아니, 기꺼이 시간을 만든다.’

예진은 허리를 세우고, 식탁 위에 정갈하게 놓인 수저를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단맛도 쓴맛도 다 괜찮을 텐데."

대화가 끊긴 사이, 그녀의 마음도 천천히 식어갔다.
예진은 알고 있었다. 노력은 진심의 증거일 수 있지만,
그 진심이 상대에게 닿지 않을 때,
애씀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한때, 그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던 사람이었다.
길이 멀어 미안하다고 하면,
“어차피 순방향이야.”라며 웃던 사람이었다.
그 '순방향'이라는 말이, 그녀는 오래도록 고마웠다.
그 말 하나로 마음을 기댈 수 있었고, 사랑을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어떤 방향에도 그녀를 태우지 않았다.
연락은 점점 드물어졌고, 목소리는 멀어졌다.
예진은 묻지 않기로 했다.
기억을 붙잡는 질문은, 끝내 자신을 더 아프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날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일어섰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떠난 사람은 떠나도록 두자. 돌아오라고 애원하지 말자."

밖으로 나왔을 땐 해가 졌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어디든 순방향이지.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라면.”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정말 소중한 건
‘기꺼이’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뿐이라는 것을.

누군가와 나란히 걷고 싶다면,
그 사람의 발걸음이 아니라
자신의 걸음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고개를 들고 미소 지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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