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보다 더 필요한 것"

by 지로 Giro

오늘은 싱가포르 부킷 티마의 학원가를 다녀왔다. 이동 중엔 몇 차례 비즈니스 전화 회의가 이어져 정신없는 오후였다.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엄마, 아빠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나 역시 그 무리 속에 섞여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속 근심은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고 말았다.

두 딸이 상하이의 국제학교를 다닐 때는 이른바 ‘선행학습’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쿠몬 수학 문제집을 풀라고 시키면, 딸아이는 잠으로 항의하곤 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수학 실력은 차이가 컸고, 싱가포르로 이주해 현지 아이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뒤, 큰아이는 마침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학을 즐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 변화의 시작엔 한 선생님의 격려와 지지가 있었다. 아이가 수학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그건 분명 마법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로컬 학교에 다니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명문 학교라도 이해를 돕는 선생님이 있고, 오히려 배움을 어렵게 만드는 선생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의 대치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곳 싱가포르 역시 사교육의 열기는 만만치 않았다.


사실 아이에게 “힘내!”라는 말보다, 아이와 잘 맞는 학원 선생님을 곁에 붙여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응원일지도 모른다. 나는 학창 시절 올림피아드에도 자주 나갈 만큼 성적은 우수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운동도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없다. 그림은 곧잘 그린다고 칭찬을 받지만, 그조차도 꾸준하지 못하다. 결국 나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우등생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큰딸은 벌써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참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