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대신……

나와 아이가 함께 찾는 길

by 지로 Giro

아이의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혹은 무언가의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을 때,

예전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괜찮아. 다음엔 잘할 수 있어.”


그 말이 위로가 되리라 믿었지만,

사실 그 말은 아이의 마음을 닫게 하고,

실패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놓치게 만든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은 그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 대신, 나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내가 겪었던 좌절,

그때 느꼈던 속상함,

그리고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엄마도 100%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가끔은 엉망진창으로 실패하기도 한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실패는 치욕이 아니다.

정확히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사람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울고 싶으면 울어. 괜찮아.”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말.

눈물은 마음의 창문을 열어주는 열쇠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한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그 상황을 다시 되짚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간다.


예전에 우리 딸이 그랬다.

생물을 좋아했던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첫 시험에서 A1을 받았다.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고, 나도 기뻤다.


하지만 두 번째 시험에서 B4라는 성적이 나왔고,

아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눈물바람, 분노, 자기 비난—

그 작은 어깨 위로 쏟아지는 감정의 폭풍.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딸은 조용히 말했다.

“엄마, 생물 선생님이 몇 달 사이에 네 번이나 바뀌었어.”


알고 보니 반 전체 40명 중, 딸을 포함해 단 6명만이 합격 점수를 받았다.

이건 아이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스템의 혼란, 수업의 불안정함이 만든 결과였다.


나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메우기 위해

생물 과외 선생님을 붙였고,

학교의 교감 선생님께도 정중히 면담을 요청했다.


교감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경청했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했다.

중학교 4학년이 되면 안정적인 교사진이 배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우리처럼 아이의 진짜 어려움을 파악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로,

집에서 또 한 번의 비난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믿는다.

부모는 아이의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가르쳐주는 존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내면의 회복 탄력성을 길러주는 사람.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거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워간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용기,

그 힘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