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걷는다

by 지로 Giro

2020년 5월 26일.

조이는 여덟 해를 다닌 국제학교를 떠났다.

코로나가 터졌고,

상하이 살던 세 식구는 아빠의 고향인 싱가포르로 왔다.

늘 앉던 자리가 사라졌고,

시간표도, 언어의 억양도 낯설었다.

하루하루가 어색한 숨처럼 흘렀다.


친구는 없었다.

이름을 불러주는 아이도,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해주는 아이도.

9개월 뒤, 중학교 입시가 있었다.

누구도 입시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집 안에는 말해지지 않은 문장들이 둥둥 떠다녔다.


여섯 달 사이,

몸무게가 열 킬로 늘었다.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옷이 작아져서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편했다.


시험을 이틀 앞두고,

같은 교실 앞자리에 앉았던 학생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정부에서 파견된 간호사가 면봉을 들고 나타났다.

검사는 무효였다.

다시 검사해야 했다.

아빠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법을 어기는 것이 싱가포르에서는 곧, 금이 간 삶이었다.


엄마가 말했다.

"정부에서 통보가 오면 내가 가. 내가 법정에 설게."

엄마는 조이를 데리고 사립병원으로 갔다.

검사결과 코로나는 아니었다.

조이는 검사결과를 가지고 시험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앉은 자리는

먼지 낀 예비 교실 한쪽에 준비돼 있었다.

누군가 닦지 않은 책상.

조이는 휴지로 테이블을 닦았고,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감독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리에 앉으세요."


조이는 뛰었고,

넘어졌다.

무릎이 찢어졌고,

작은 피가 천천히 바닥에 번졌다.


그날 시험을 다 치렀다.

냉찜질을 하며,

진통제를 삼키며,

조이는 조용히 종이를 넘겼다.


시험이 끝난 뒤,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MRI를 찍었다.

무릎뼈에 금이 갔다는 말을 들었다.


밤마다

세 시간마다

진통제를 삼키며 잠을 잤다.

꿈속에서도 무릎이 아팠다.


시험 결과는

11점이었다.

원하던 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원서에도 밀려났다.


배정된 학교는

이름이 낯설었다.

체육 시간에는 운동장 옆에 앉아 있었고,

몸은 더 무거워졌다.

스무 킬로가 늘었다.


아이들이 웃을 때,

조이는 고개를 숙였다.

말은 없었지만

그 침묵이 가장 아팠다.


그리고 조이는

혼잣말처럼 다짐했다.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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